왜 영화 '아수라'가 떠오르는 걸까?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6/11/25 [15:34]

왜 영화 '아수라'가 떠오르는 걸까?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6/11/25 [15:34]

요즘 책방에 서적이 팔리지 않고 극장가에는 관객이 줄었다고 한다. 현실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이야기로 구성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펼쳐지는 새로운 사실에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스토리에 중독이 될 정도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괴로워하고 있다. 그 괴로움은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태에 가장 큰 원인이 있지만 자신의 손으로 국민의 대표라고 뽑아 놓은 대통령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하는 '자괴감' 때문이리라. 과연 이럴려고 내가 대통령을 뽑았나 하는 '자괴감' 말이다.

 

대통령을 공동 정범으로 규정한 검찰의 공소장만으로도 이미 대통령은 그 자격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활활 타오르는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통령의 똥고집적 행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주요 외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정치적 스캔들, 초현실적 스캔들'이라고 평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듯한 대통령의 태도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제 발로 걷어차고 있다. 외교, 안보, 경제 현안을 마비시키다 못해 대한민국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를 헌정 공백으로 규정하며, 그 원인을‘박정희 패러다임’으로 진단했다. 1960~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경제성장 모델이 이미 그 시대적 역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부활시키고 재현하려 했던 시대착오적 발상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재벌을 압박해 자금을 강제 모금했던 행태는 과거 관치 경제의 수법을 그대로 보여 주었고,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된 국정 교과서는 반공 의식과 국가주의적 이념 교육을 강요했던 시절을 답습하고 있다. 일본과의 졸속 위안부 합의는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DNA가 계승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듯도 싶다.

 

어디 이뿐인가? 앞으로 규명해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과 최순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각종 불법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의혹들이 파헤쳐질 것이다.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에 국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눈살을 찌푸려야 하는가? 역대급 막장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득 지난 9월 개봉된 '아수라'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아수라의 등장인물들이 보여 주었던 악한 생각과 행동은 관객들의 눈살을 저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현실의 막장 드라마는 이 영화가 설정한 고위 공직자들의 사이코패스적 행태가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에 충분한 듯하다.

 

아수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하의를 전부 벗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측근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활활 타오르는 국민의 촛불 민심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관객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에서 돌아다니는 박성배의 발가벗은 엉덩이와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들은 별로 이뻐 보이지 않았던 그 엉덩이에 통렬한 똥침을 놓고 싶을 것이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한 세상을 말하기도 하고 그러한 세상에서 활약하는 귀신들의 왕을 뜻하기도 하다. 이번 주말 펼쳐지는 평화로운 촛불이 아수라같은 막장 드라마를 매조지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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