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촛불민심'... 정의의 강물 이루다
권중근 기자 | 입력 : 2016/11/26 [20:08]
발에 밟히는 낙엽의 바스락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던 20대 초 어느 해 겨울 새벽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만한 칼바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도착한 바다 근처 병원 영안실에는 사촌 동생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철이 들면서 처음 겪은 동년 친지의 죽음 앞에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칼바람에 베인 몸을 따뜻한 온기에 맡기며 정신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다 뭔가 한 마디도 해 주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내내 새벽 칼바람에 베인 상처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동시에 '내가 살아있기에 추위를 느끼고 있구나'라는 의외의 반증을 죽음 앞에서 느끼게 됐다.
죽으면 느끼지 못하는 추위를 살아 있기에 느끼게 된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죽음 앞에 선 고통은 고통이 아닌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미 무너져 내린 권위와 죽어 버린 국정 앞에 서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더 잔인한 최순실 바람으로 인해 국격은 물론 국민들의 자존감은 벌거벗겨져 있으며 믿음과 신뢰는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 초주검이 됐다.
현재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죽음 앞에서 느끼는 고통과 같이 우리는 충분히 고통을 맛보고 있으며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민심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우리의 촛불은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향한 분노의 민심을 표현하는 강렬한 몸부림이다. 역사를 바꿀 청와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촛불행진은 정의의 강물을 이루며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는 희망이 될 것이다.
다시는 권력의 죽음 앞에 대한민국의 성난 민심이 촛불을 드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과연 우리는 정의 앞에 떳떳하게 서 있는지, 또 내 안에 순실은 없는지 나도 모르게 순실이가 되어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되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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