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5차 촛불집회가 열린 부산은 오후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서면교차로와 연결되는 중앙대로 5개 차로와 주변 도로에서 펼쳐진 이번 촛불집회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젖은 땅에 자리잡고 앉은 시민들은 한마디로 열정 그 자체였다.
어느 젊은이의 "가기싫은 길이지만 가야 하기에 나왔다"란 말이 인상 깊었다. "정유라와 달리 자신은 출석 100%하고 수능치고 왔다"는 한 학생의 말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많은 시민들 틈에서 청소년과 아이들은 눈에 띄는 존재다. 직접 손으로 만든 깃발을 열심히 흔드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고사리 손에 쥐어진 촛불을 들고 엄마와 함께 젖은 바닥에 앉은 아이도 있었다.
고등학생이야 자신의 소신을 말할 나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무얼 안다고 데리고 나와서 그러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시위현장을 찾은 부모들은 아마 그 아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더 나은, 아이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아이의 꿈이 좌절되지 않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대한민국은 현재만 살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것이고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이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현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누구나 미래는 더 좋은 희망인 것이다. 미래가 없다는 건 희망이 없는 것이다. 이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희망으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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