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8>

김민(예술평론가) | 기사입력 2017/02/20 [13:55]

미술품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김민의 '예술 읽어주기'<8>

김민(예술평론가) | 입력 : 2017/02/20 [13:55]

재벌들의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미술품이다.

 

아무리 명품이 비싸다고 해도 미술품의 가격과 비교할 수는 없다재벌들이 그들의 검은 돈을 감추기 위해 거래한다고 할지라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미술품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최근 미술품 경매 가격을 조사해 본 결과 홍콩 경매에서 올 1월 김환기의 작품이 63억 원에 팔렸다. 이 가격도 소리가 나지만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알제리의 여인들1967억 원에 팔렸다.

 

물론 필자는 피카소가 10대 때부터 그림을 시작해 사실주의 화풍와 세잔식 입체주의를 거쳐 그의 동료인 브라크와 함께 입체주의(Cubism)완성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967억 원이라니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는가? 정말이지 재벌들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다.

 

미술품은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판단하기 어렵다. 작가들의 미적 탐구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마지못해 이해해 줄 수 있다.

 

미술품의 가격은 과연 이러한 이유만으로 매겨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비싸게 팔리는 작품은 무조건 위대한 작품인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갖고 지금 포털 검색창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검색해 보자. 아마도 서구의 그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필자는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동양의 예술은 서양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인가.

 

최근에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의 미술품 또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장샤오강의 그림 혈연-대가족은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125억 원에 팔렸다. 현존작가인 그의 그림 최고가는 300억 원이라고 한다.

 

엄청나지 않은가? 이쯤 되면 한 나라의 국력이 그림의 가격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강대국인 미국이 미술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갔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로 구성된 국가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국가 정체성은 미국이 수용하게 된 다양한 민족들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적 정체성의 본질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때 그 기본에 깔려 있었던 것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단순히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우수하고 특출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미국이 유럽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이며,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안고 있는 땅이라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은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가치관이나 철학, 문화를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유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그들이 선택한 것이 다름 아니라 미술' 분야였. 유럽의 정통과 역사가 미국인들에게는 언제나 컴플렉스였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은 문화적 우월성을 담을 그릇으로 미술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예로 1870년대에 설립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보스톤 미술관을 시작으로, 펜실베니아 미술관(1876), 시카고 미술관(1879), 세인트 루이스 미술관(1881), 신시네티 미술관(1886), 브루클린 미술관(1895)이 설립됐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클리브랜드 미술관(1913), 샌디에이고 미술관(1926), 뉴욕현대미술관(1929)이 세워졌다. 이러한 당대의 여러 미술관 설립은 문화적 구심점을 유럽 중심에서 미국 중심으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미국의 미술가들은 국가와 민간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실적이며 양감을 중요시했던 유럽의 아카데미적 미술과는 정반대로 점점 거대해지는 캔버스와 사실적인 묘사를 일절 배제한 추상표현주의다.

 

이렇게 미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갔다. 이에 대해 1940년대의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이렇게 썼다.

 

뉴욕은 파리를 따라잡았다. 파리는 이제 스스로 뉴욕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미국 예술가 그룹은 별다른 재능을 소유하지 못했더라도 이미 그 시대의 가장 넓은 회화적 문화를 수용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처럼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미술을 성장시켰다. 이러한 전략은 미술품 가격으로도 직결됐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미국의 정체성을 완성시켰다.

 

미술품 가격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필자는 국가가 미술을 정책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이야기한 것뿐이다.

 

이러한 측면은 현재 우리나라가 부족한 점이기도 한다. 앞으로 점점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는 그 나라의 힘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가 소중하고 뛰어난 것은 우리만이 아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힘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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