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남북철도 연결되면 기차 타고 베를린, 파리까지 갈 수 있어요"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하는 ‘희망래일’ 이동섭 부이사장

오경애 기자 | 기사입력 2018/05/18 [11:38]

[특별인터뷰]"남북철도 연결되면 기차 타고 베를린, 파리까지 갈 수 있어요"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하는 ‘희망래일’ 이동섭 부이사장

오경애 기자 | 입력 : 2018/05/18 [11:38]

 

▲ 시민단체 사단법인 희망래일 이동섭 부이사장. 그는 평화를 잇는 남북철도 연결에 필요한  '침목 기금 모금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뉴스다임

 

 

남북을 연결하는 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꿈. 이제 그것은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시민단체 사단법인 희망래일 이동섭 부이사장. 그리고 함께 힘을 보탠 이들. 한반도 Peace Expressway, 평화를 잇는 철도 길을 연결하고자 했던 그들의 활동은 이제 봄바람을 타고 결실을 맺어 가고 있다.

 

희망래일의 ‘침목 기금 모금 운동’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의제 중의 하나였던 ‘남북철도 연결’.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에 합의하면서 핫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희망래일은 사실 2010년 설립 초기부터 남북철도 연결을 위해 ‘침목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라 남북관계가 경색이 심해지면서 모금운동은 한계를 맞게 된다. 남북철도 연결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요원한 일처럼 돼 버려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이 운동은 작년부터 다시 현실화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지면서 강원도민일보와 손을 잡고 11월에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한 심포지엄을 여는 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지난 4월 17일에는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http://railwayto1.org/)를 발족했다. 추진위원장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세 사람이 맡았다.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동섭 부이사장은 동해북부선 연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진위원회를 함께 꾸려갈 공동대표가 필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뜻만 있으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공동대표는 평생 한번 침목 1개 비용인 10만 원을 기금으로 내고 주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해서 모인 기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나가고자 합니다”

 

현재는 기금 마련 운동에 1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침목 기증자에게는 침목에 이름을 새겨 그 뜻을 기릴 예정이다.

 

▲ 침목 기증에 참여한 공동대표들의 명함 뒷면은 '유러시아 횡단열차 승차권'으로 인쇄돼 있다.  사진: 희망래일 홈페이지 캡쳐      © 뉴스다임

 

한편 공동대표들에게 침목 기금 모금 운동을 널리 알리라고 만들어 준 명함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뒷면이 상징적으로 부산에서 원산을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유라시아 횡단열차 승차권'으로 인쇄돼 있다. 어떤 사람이 진짜 승차권으로 알고 행사 경품으로 걸었다가 문제가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제진까지 110km를 연결하는 것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적극 나서야

 

왜 동해북부선을 이어야 하는 걸까. 강릉에서 원산까지 이어진 길 중에서 끊어진 구간은 북측구간도 남북연결 구간도 아닌 남측 구간이다. 부산에서 런던까지 가는 11000km중 끊어진 구간은 강릉에서 제진까지 110km인 것.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세계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 철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18만 7천 개의 침목이 필요하다. 요즘은 침목을 나무로 안 하고 콘크리트로 하는데 침목 1개를 10만 원으로 잡았을 때 187억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동섭 부이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할 일을 왜 니네들이 하느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대한민국 정부가 다 도와줄 수 있어요? 안되잖아요. 정부에서 철도를 만들기 위해 2조 3천억 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한데 철도 침목 하나라도 국민의 성금으로 모아서 함께 한다면 아무래도 의미가 깊어질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북한의 철도가 워낙 열악하고 현대화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으니 지원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는 "2000년에 13,000여 명의 시민이 침목을 기증해 경의선 복원에 쓰여진 사례가 있다"며 "시민단체가 나서게 되면 남북철도 연결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정석대로 하려면 환경평가도 받아야 되고 국민적 여론 수렴도 해야 되고 공사 하나 하려면 많은 일들이 있잖아요. 산 넘어 산을 헤쳐 나가야 되는데 시민단체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이게 필요하다고 우리가 선전해 나가면 자기네들이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해주는 거니까 정부로서는 아주 좋은 일이죠.”

 

최근에 국토부 철도국장을 만났는데 민간단체에서 해주면 너무 고마운 일이다,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3박4일 기차를 타고 가도 끝없는 대륙 횡단하며 호연지기와 상상력을 키워보자,

그것이 '희망래일'의 시발점이 됐다!

 

▲ 이동섭 부이사장은  3박4일 기차를 타고 가도, 끝없는 대륙을 횡단하며 호연지기와 상상력을 키워보자는데 공감한 이들이 모여 희망래일을 만들었다고 했다.    © 뉴스다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봄날이 될 거라고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을 때 ‘희망래일’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말에 이동섭 부이사장의 답변은 이랬다.

 

“우리나라가 분단 70년이 됐는데요. 지금 거의 섬나라나 마찬가지잖아요. 북을 통하지 않으면 대륙으로 갈 수 없는 나라란 말이죠. 일제강점기 때조차 만주에 가려면 기차 타고 가고, 중국이나 러시아 갈 때도 기차 타고 간다든지 국경선을 쉽게 넘어서 갔는데 이제는 그런 게 안 된다는 거예요”

 

그는 남쪽에 조그마한 섬나라처럼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살다보니까, 또 서로 바쁘고, 좁은 공간 속에 있다 보니 상상력을 펴지 못하고 항상 갇혀서 살 수밖에 없고 자그마한 일에도 서로 싸우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됐는데, 3박4일 기차를 타고 가도 끝없는 대륙을 횡단하며 호연지기와 상상력을 키워보자는 데 뜻이 맞는 이들이 공감했다.

 

희망래일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남북관계는 경색돼 있었다. 기차여행을 할 수는 없으니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거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방법으로 시작을 했다.

 

“2010년도에는 모스크바에서 30명 출발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50명씩 출발해서 이르쿠츠크에서 만나서 대동제를 한다든지 이런 행사를 했었어요. 이런 가운데 대륙적 상상력을 직접 체험하면서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이사회를 구성하는 정도의 20명 내외 사람들이 모여 희망래일을 만들게 되었죠”

 

오래 전부터 대륙을 횡단하면서 남북을 연결하는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바이칼 호수와 베를린, 파리까지 갈 수 있는 그날을 준비했던 희망래일. 이제 그  꿈이 현실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 퍼포먼스. 남북철도를 기다리는 애절함을 표현했다. 사진 가운데가 이동섭 부이사장   사진: 희망래일    © 뉴스다임

 

남북철도를 기다리는 애절함을 표현한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 퍼포먼스. 이색적인 활동으로 관광객들과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동섭 부이사장은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기금 모금 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시절, 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다.

 

"의지를 갖고 추진해왔던 모금운동을 중단하면서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하게 된 것이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 퍼포먼스였는데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2015년부터 광화문에서 시작해서 해마다 봄에 두 달, 가을에 한 달 정도, 자원봉사자를 모집을 해서 1주일에 3번 정도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 5월에 출범한 다국적 유학생들로 구성된 '에레나 합창단' 역시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담아 만들게 됐다. 이제 1년차를 맞은 에레나 합창단의 활약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

 

희망래일은 이외에도 문화행사 정전협정과 작별하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륙학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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