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행 불모지가 인기 여행지로! 'BTLM1960' 김인혁 대표

박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8/16 [10:30]

[인터뷰]여행 불모지가 인기 여행지로! 'BTLM1960' 김인혁 대표

박은영 기자 | 입력 : 2018/08/16 [10:30]

충주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잡고 기사님께 적어놓은 주소지로 가달라고 하자, "목행동엔 무슨 일로 가십니까?“

"게스트하우스에 갑니다" 

"목행동으로 여행을 갑니까? 거긴 아무것도 없는데..."

현지인들조차 여행지로 생각지 않는 동네, 그런 곳에 여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목행동의 작은 한옥 게스트하우스 ‘BTLM1960’. 이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대체 무엇일까? 이곳을 손수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김인혁 대표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BTLM1960' 게스트하우스 전경     © 사진제공 : BTLM1960



여행자 플랫폼 ‘BTLM 1960’

 

BTLM1960(Back To The Local Modern 1960)은 단순한 숙소 기능만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여행자 플랫폼’이다. 여행에 관련된 서비스를 BTLM1960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우선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잘 수 있고, 차를 마시며 이곳에 머문 사람들과 교류하는 ‘아날로그 다방’이 있다. ‘플랫펍’이라는 펍에서는 여행자들이 모여 이곳 주변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기도 하고 고기파티를 하기도 한다. 또 충주가 호반의 도시이다 보니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 업체와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여행자들에게 ‘로컬페이’라는 지역화폐를 제공해 인근 지역 식당에서 그 화폐만큼의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로컬페이’, 지역화폐 이상의 가치

 

보통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침식사로 시리얼이나 식빵 정도를 제공하는데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자’ 라는 취지에서 5천원권 로컬페이를 제공해 인근 지역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 그 식당에서는 여행자들이 지불한 로컬페이를 모아 우리에게 가져오는데, 이를 현금으로 바꿔드린다. 그러다보니 주변 식당 매출이 오르고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계기가 된다. 

 

▲ 'BTLM1960'에서 발행하는 '로컬페이'     © 사진제공 : BTLM1960


 

특히 로컬페이로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외지에서 여행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여행자들과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가 생긴다. 로컬페이는 단순히 화폐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와 지역주민과의 스토리를 만들며 피드백 관계를 형성해준다. 유명 관광도시에 있는 식당들은 그저 손님과 주인으로서의 관계만 있을 뿐이지만, 이곳에서는 그 이상의 끈끈함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관계가 외지에서 온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한편, 지역주민들에겐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란 가치를 가져다준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가 여행자들이 와서 즐길 정도로 매력이 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생긴다. 이것이 지역재생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동네에는 역사가 있다

 

서울에서도 서울 취급 못 받는 동네가 있듯이, 이곳 목행동도 충주시에 해당되지만 충주 취급을 못 받는 동네다. 지역 주민들도 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그러나 내 두 발로 충주를 구석구석 돌아보고 동네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참 많은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곳이란 걸 알게 됐다.

 

이곳은 1950~1960년대 근대산업화의 현장으로 미국의 원조를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비료공장이 세워졌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비료의 40-50%를 공급할 정도의 커다란 규모다. 또 우리나라에 기술이전을 해주기 위해 왔던 미국인들의 사택단지와 대통령 영빈관이 남아 있다. 사택단지에서는 미국인 특유의 주거환경을 발견할 수 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또 충주산업단지 안에는 당시 지어진 60년 이상 된 오래된 건물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사실 사람 사는 동네에는 다 역사가 있다. 그저 대단위 관광지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자기 마을의 이야깃거리들을 여행에 대한 테마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 근대 충주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     © 사진제공 : BTLM1960



충주의 블루라군과 할슈타트 마을!

 

처음 충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한다고 했을 때 충주에 무슨 여행자들이 오냐며 다들 미쳤다고 했다. 올 3월 19일 오픈해서 4개월간 700명 넘는 여행자들이 이곳에 묵었다. 그들이 처음 방문하면 지역 이야기를 하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다. BTLM1960의 경우엔 여행자들을 동남아에 있는 트럭처럼 사람을 싣는 트럭에 태워서 지역 투어를 다닌다. 여기는 충주의 블루라군의 느낌이 있는 곳, 저기는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마을 같은 곳이라며 여행자들에게 소개해주면 그냥 볼 때와는 다르게 본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곳도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엮어주면 재미있는 곳이 되는 것이다.

 

보통 지역주민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곳을 떠나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다시 들어오니 그제야 하나하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오토바이를 사서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충주 구석구석 안 다닌 곳이 없다. 그러면서 여행 컨텐츠들을 발굴하게 된 것이다.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여행관광 사업은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동남아보다 덜한 게 뭐가 있겠나. 동남아의 바다나 강릉, 여수 같은 곳의 바다나 막상 가보면 별반 차이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치안도 좋고 교통도 잘 돼있어 여행하기 좋은 점이 많다. 여행 루트와 컨텐츠 개발에 좀 더 힘쓴다면 머지않아 외국인 관광객들도 동남아보다 한국여행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 'BTLM1960'만의 로컬여행     © 사진제공 : BTLM1960



여행 컨텐츠 발굴의 영감은 유럽 아닌 동남아

 

나는 20대부터 40개국을 다녔다. 흔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에는 볼 것들이 많긴 하지만, 내게 영감을 주는 모델들은 대부분 동남아나 아프리카에 있다. 예를 들어 태국이나 네팔, 인도 같은 곳의 여행지에 가보면 마을 투어가 발달돼 있다. 그런 곳에서 운영하는 정글트래킹 같은 것을 가보면 차로 데리러 와서 사람들을 싣고 정글 마을로 간다. 정글에 도착하면 트래킹만 한다. 솔직히 그곳 경치가 우리나라 한여름 산보다 못하다. 트래킹을 하다가 밤이 되면 그곳의 부족들이 사는 부락의 움막에서 잔다. 다음 날 또 트래킹을 하고 중간중간 계곡에서 쉬기도 하고 그곳 특유의 음식들을 먹고 또 어느 움막에서 잔다. 그렇게 트래킹을 한 것이 알고 보니 그곳의 산 하나를 돈 것이었다. 물론 큰 틀에서는 관광상품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저 동네 산으로 트래킹 여행을 간 것이다.

 

보통은 수십 억을 들여 대단위 테마파크 같은 걸 만들어놔야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지역이 달라지진 않는다. 테마파크 안에는 식당이나 부대시설이 모두 다 들어있기 때문에 주변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졸속개발로 유행이 지나 방문자가 줄어든 테마파크 같은 경우는 나중에 처치만 곤란하다. 지역에 이미 있는 여행자원을 발굴해서 개발하면 지역상권도 좋아지고 여기에 청년들을 활용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여행으로 충분히 도시재생, 지역활성화, 청년실업 등의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 여행자들이 'BTLM1960'의 '플랫펍'에서 즐기는 모습     © 사진제공 : BTLM1960



놀고 먹는 것만으로도 지역이 행복해진다

 

여행은 놀고 먹는 것이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 놀고 먹고 자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건데 그것만 해도 침체돼 있던 동네가 활기를 얻고 살아난다. 그걸 전국적으로 확장시키는 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작은 게스트하우스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이 지역 전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진다. 목행동이란 마을이 내 것이고 내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잠을 자는 객실은 게스트하우스가 되고 주변 식당에서 호텔조식을 먹고 동네 사우나를 호텔 사우나처럼 이용할 수 있는 거다.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목행동이란 지역으로 확장하고 충주시로 확장하고 나아가 충청북도, 전국으로 확장해서 생각하는 거다. 공간에 대한 이해만 달라지면 할 수 있는 여행 아이템들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행으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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