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봄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3/08 [17:24]

잃어버린 봄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3/08 [17:24]

어느 날 갑자기 지진이 발생하고, 거리 곳곳은 '미세먼지'로 가득차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어느새 '미세먼지'로 인해 도시 인구의 60센트가 사망해버리는 사상 초유의 재난이 발생한다.

 

'미세먼지'가 건물 아래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를 피해 건물 위층으로 올라간다. 그 가운데는 미처 딸을 챙기지 못한 한 부부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딸은 선천성 질병 때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캡슐 안에 있었기 때문에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지진으로 인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캡슐의 배터리를 교체해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부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딸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아내는 '미세먼지'에 질식해 사망하고 만다.

 

지난해 11월 개봉되었던 '인더 더스트(Just a Breath Away)'라는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실 이 영화 이전에도 '미세먼지'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다. 인터스텔라의 '미세먼지' 수준은 기껏해야 건물 위로 대피하는 정도인 '인더 더스트'를 넘어서서 지구를 벗어나야 할 정도였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도 점점 그 우려를 더해가고 있다. 덕분에 거리 곳곳에는 하얀 마스크, 검은 마스크를 뒤집어 쓴 마스크족들로 가득하다. 한때 검은 겨울 패딩이 유행했을 때 거리의 모든 사람이 '김밥'처럼 보이더니, 이제는 하얀 부리를 가진 새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인더 더스트'를 보면 반전이 나온다. 부부가 그렇게도 걱정했던 딸이 오히려 '미세먼지'에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속에서도 끄떡 없는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된 모습은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내용을 보면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부터 시작하여 피부 노화, 치매, 시력 저하, 당뇨병, 물질대사 억제, 심지어 정신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인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더 더스트'에서의 딸과 같이 우리의 유전자를 모두 빠꿔버릴 기세다.

 

이제 영화의 끝을 보자. 아내가 죽은 후 오열하던 남편은 오토바이 사고로 정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오히려 그는 딸이 있어야 할 캡슐안에 갇혀 있다. 바깥 세상은 '미세먼지'로 가득한 세상이 되어 딸과 같이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실은 이 영화처럼 될 수도 있다. 영국에서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스모그'라는 말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1950년대 수천명이 사망했을 때 스모그는 '공포' 그 자체였다.

 

스모그가 사람을 죽였듯 '미세먼지'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미세먼지'로 죽은 사람들은 가수 김광석의 노래 가사처럼 '먼지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가버리고 말 것이다. 먼지가 먼지를 낳는 꼴이다.

 

그렇게 '미세먼지'가 죽음의 '공포'가 되어 가고, 그래서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캡슐을 찾아 헤매야 하는 현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미 '미세먼지'를 피해 건물내에서만 생활하는 현실은 하나의 캡슐과도 같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우리는 언제쯤 '미세먼지'가 앗아간 봄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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