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3/22 [18:15]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3/22 [18:15]

기온이 오르면서 겨우내 찬바람을 막아주던 방한복들이 어느새 부담스러운 계절이 되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조화를 이루듯 새로운 출발을 해보고자하는 욕구와 함께 집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등 정리정돈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정리정돈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었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러고는 이 물건들을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난감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분명 사용하지 않는 물건인데 언젠가 쓰일 것만 같아 물건들을 버리기 힘든 것이다.

 

이때 당신의 선택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 씨다. 그녀의 정리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이른 바 '곤마리 정리법'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최근 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녀가 미국의 가정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리정돈을 도와주는 넷플릭스의 쇼 프로그램 'Tidyng up'이 방영되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곤마리 정리법은 집안 물건을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① 의류 ② 책 ③ 서류 ④ 소품(부엌·화장실 용품) ⑤ 추억의 물건(사진·기념품)이다.

 

그녀는 이 범주에 따라 물건을 모두 꺼내어 한곳에 모은 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평가한다. 이 때 평가 기준은 물건을 하나씩 꼭 안아보고 만져봤을 때 그 물건이 설렘(spark joy)을 주는지 여부다.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 물건이라면 '그 동안 고마웠어'라는 진심 어린 감사와 함께 작별을 고하면 된다.

 

나중에 살 빼면 입어야지 하고 묵혀두었던 옷들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면 앞으로도 몇 년 째 옷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책꽂이에 꽂혀만 있었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은 앞으로도 펼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설렘이라는 기준으로 이러한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주니 속이 시원한 것이다.

 

그런데 곤마리 정리법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패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안 쓰는 물건을 집밖으로 꺼내 기부를 하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은 일단 사고 보는 평소의 소비패턴을 반성하기도 한다.

 

혹자는 버리는 만큼 새 물건을 들여놓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곤마리 정리법이 ‘소비주의적 미니멀리즘’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곤마리 정리법은 적게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의식 있는 소비를 유도하는 한편, 유행을 좇아 물건을 사서 쌓아두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또한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서 변화를 너그럽게 수용하게 되고, 공간에 대한 고마움을 재인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족관계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가족구성원들이 물건을 정리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아울러 곤마리 정리법이 주는 효과는 순서를 명확히 정해 물건을 정리하는 데서 오는 실행력이다. 일이 많을 경우 대개 일의 순서, 담당자를 지정하게 되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일,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리는 우리의 생각과도 연결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오히려 내면의 잡음을 일으켜 고통과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들로 인해 한 곳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그로 인해 어쩌면 가장 소중할 수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버릴 때 우리의 감각은 현재의 삶에 올인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없애고 정리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버리고 현재에 충실하는 방편이 된다. 새로운 사고를 제한하는 과거의 관행과 미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정리 정돈, 그것은 감각을 현재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혹여나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고 복잡한가? 그 생각이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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