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숨겨진 비밀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4/05 [18:08]

'벚꽃'에 숨겨진 비밀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4/05 [18:08]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서 전국 곳곳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이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은 해마다 어김없이 산천초목을 수놓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반기는 꽃은 벚꽃이다.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답고 예쁜 꽃이라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주일만에 저버리는 벚꽃을 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과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벚꽃을 바라보다보면 마음 한 켠으로 일본의 국화라는 사실이 다소의 찜찜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벚꽃에는 사실 엄청난 상징이 숨어 있다. 그것은 벚꽃이 이념을 뒤집어 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본인들은 활짝 피어났다가 한 순간에 져버리는 벚꽃의 속성을 전쟁에 참여해 천황을 위해 죽는 죽음의 미학으로 발전시켰다.

 

카미카제는 제2차 대전 말기 해군 중장 오오니시 타키지로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자살 특공대다. 그런데 이 자살 특공대에 편제된 특공대원들의 군복과 군모에는 벚꽃이 꽂혀 있었고, 그들이 탄 비행기 옆에는 벚꽃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여학생들은 벚꽃 가지를 흔들며 죽음의 길을 나서는 그들을 격려했다.

 

“천황을 위해 벚꽃처럼 지라”는 말은 일본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구였다. 전쟁에 참여해 천황을 위해 죽는 것에다 ‘벚꽃의 낙화’와 같은 미적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제국주의에 이용된 벚꽃은 우리나라 식민정책에도 이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창경원의 벚꽃이다. 일제는 1912년 벚꽃을 창경원에 심으면서 궁궐로서의 창경원을 단순한 오락 공간으로 바꾸어버렸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벚꽃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일본의 국화라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은 잠시였을 뿐 대부분은 빗장 풀린 궁궐에서 벚꽃에 취해갔고, 결국 창경원 벚꽃놀이는 당대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로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윤중제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은 아른거리고 있다.

 

진해는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이기도 하지만 일본에겐 러일전쟁의 전승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산꼭대기에 ‘일본해 해전기념탑’을 세우고, 도로를 욱일기 문양으로 건설하는가 하면 10만 주의 벚꽃을 심었다. 이것이 진해 벚꽃 축제의 시작이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길 또한 저 악명 높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산물인 미국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벚꽃길을 그대로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벚꽃이 미국으로 처음 건너간 것은 1909년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W. Howard Taft, 재임 1909~1913)의 부인 요청에 따른 것이다. 태프트는 미육군성 장관 시절인 1905년 7월 27일, 미국 특사 자격으로 도쿄를 방문해 일본 총리 카쓰라 다로와 만나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해준 장본인이다. 밀약 100여일 뒤인 1905년 11월 17일에는 을사늑약이 맺어졌다.

 

또한 윤중제(輪中堤)라는 말 또한 일본에서 온 것이다. 윤중제는 ‘와주테이’의 한자어를 우리말로 읽은 것으로 ‘취락과 농지를 홍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주위 제방을 둥글게 쌓아올린 지역’을 뜻한다. 일본 에도(1603~1867) 시대에 발달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벚꽃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상징보다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은 오늘날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속죄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벚꽃으로 위장해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들의 오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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