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와 사과나무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3/14 [19:38]

신종 코로나와 사과나무

정의정 기자 | 입력 : 2020/03/14 [19:38]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가 한 말로 잘 알려져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사실 스피노자는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스피노자의 저서 어디에서도 이 문장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이 말을 한 것일까?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한 말로 알고 있다.

 

독일 비텐베르크에 있는 루터하우스(Lutherhaus) 마당 비석에 이 글이 새겨져 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사과나무 500그루를 심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루터가 이 말을 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 말의 정확한 출처를 독일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루터의 일기장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제는 루터의 일기장이 남아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이 말이 루터의 말로 알려진 것은 히틀러 집권 당시 한 목사의 서신에서 비롯된다. 당시 나치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독일의 교회들이 서로 연합해 교회 연합체인 고백교회를 만든다. 그리고 칼 로츠(Karl Lotz) 목사가 당시 고백교회 신도들에게 비밀리에 신문 형태의 목회 서신을 보낸다.

 

바로 이 서신에 루터의 경구가 인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금 매우 급박한 상황 가운데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내는 이 글은 절대로 훼손되지 않습니다. 루터의 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1944105, 목사 칼 로츠)

 

그런데 로츠 목사는 무슨 근거로 '루터의 말'이라고 했을까? 그 근거도 불분명하다. 7,000구절이 넘는 루터의 <탁상담화>에도 나오지 않고, 1883년부터 100여 년 동안 편집된 루터의 바이마르 전집에도 이 문장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편지 속 문장이 나치 통치의 고통 속에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 당시에는 이 말을 누가 했느냐 보다 문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깊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라는 메시지 말이다.

 

스피노자는 철학자로 궁핍한 삶을 영위하다가 44세에 사망했다. 마르틴 루터 또한 로마 카톨릭 교회의 부패에 대항해 어렵게 투쟁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의 공통적인 적에 맞서 싸우고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되새기면서 신종 코로나의 빠른 종식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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