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생명의 관리인

유현호 현대미술 매니지먼트 아트코리언 대표 | 기사입력 2020/04/04 [10:30]

예술과 생명의 관리인

유현호 현대미술 매니지먼트 아트코리언 대표 | 입력 : 2020/04/04 [10:30]

작가는 캔버스에 그린 사물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이 사물은 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서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이는 즉시 작가를 작품의 관리인으로 변화시킨다. 

 

작품은 생명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세상 그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관람객들은 관리인이 없을 때 작품이 손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작품을 만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 관리인이 몰라야 된다. 

 

▲ Embracing, 117×117cm, mixed media, 2015, 김동영     ©뉴스다임

 

훔쳐갈 마음이 아니라, 그 생명과 교감을 하고 싶어서 만졌을 따름이니 만졌다고 해서 죄를 진 것도 아니고, 관리인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다만, 관리인은 작품 손상에 대해 관리를 해야 하므로 못 만지게 하는 것이다. 만져서 생명이 다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관리인은 관리에 들어간 돈을 다른 관리인에게 넘길 때 받는다. 이를 사회에서는 판다고 표현한다. 작품은 생명인데 판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관리인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작품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관리인은 충실히 관리를 다해야 하는 숙명이 주어졌을 뿐이다. 이에 생명을 소중히 다뤄 주어야 한다. 만약 소중히 다루기 힘든 상황이 오면 다른 관리인을 찾아 주거나, 작가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작품을 만졌다고 해서 그것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며,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생명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관리인은 만지는 것을 보면 만지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직접 내 손으로 만졌던 작품에 대해 말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보고자 한다. 

 

2010년 미국 LA에 위치한 세계적인 부호였던 진 폴 게티 (Jean Paul Getty)의 박물관에서 소장 작품 중 가장 가치가 높다는 프랑스왕 루이 16세 비인 마리 앙투아네트 (Maria Antonia Anna Josepha Joanna)가 실제로 사용했던 화장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오른손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직접 만져 보았다.

 

같은 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의 작품도 직접 보고 만져보았다. 원화가 액자에 유리가 껴져있지 않아서 보고 만질 수 있었다. 

 

한국 작가로는 한기주 화백과 김동영 화백 작품이 있다. 한기주 작가의 한지 조형 ‘Work in Between’ 작품은 아크릴 덮개가 있어 만져볼 수가 없어, 작품의 관리인이 됐을 때 아크릴 덮개를 열고 직접 만져 보았다.

 

촉감으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내가 관리할 때는 덮개를 열어 공기와 햇볕을 쐬게 해 주었다. 

 

김동영 작가의 작품은 두 눈으로도 생명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으로 직접 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 생명을 담은 작품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생명이 있는 작품이기에 내가 친구가 되어서 나의 또 다른 친구를 만나게 해 주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김동영 작가의 작품은 내가 만져본 작품 중 가장 훌륭한 모습으로 생명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품을 만질 때는 관리인이 보지 않게 만져야 하며, 작가가 살아있을 때는 만지고 난 후, 약 1년에서 10년 후 작가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어떤 작가도 자신이 창조한 생명을 만진 것에 대해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작가가 만진 것에 죄를 묻는다면 그 작품은 생명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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