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다양한 메시지

김민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5/14 [08:44]

죽음의 다양한 메시지

김민주 기자 | 입력 : 2020/05/14 [08:44]

라틴어에서 유래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단어다.

 

이 단어는 옛날 로마에서 유래됐다.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이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메시지 중에서 “모든 외부의 기대는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는 메멘토 모리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인해 죽음을 가깝게 느꼈고, 졸업생들은 스티브 잡스의 연설에 기립박수를 쳤다. 아마도 그의 연설은 사회에 나가는 졸업생들의 삶의 지표가 되었을 것이다.

 

죽음은 그림에서도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며, 이에 관련해서 네덜란드 정물화가 유명하다. 17세기 네덜란드는 ‘황금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문화와 예술이 발달한 전성기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마틴 루터(Martin Luther)에 의한 종교개혁으로 30년 전쟁이 끝나고 신교가 승리하면서 에스파냐에서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다.

 

네덜란드가 신교화되면서 그동안 그려졌던 성화는 금지되고 정물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성화를 그렸던 화가들은 단순한 ‘정물’을 그리지 않고, 정물 안에 상징적 메시지를 넣기 위해 노력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죽음을 상징하는 단어인 ‘메멘토 모리’가 발전해서 ‘바니타스(Vanitas)’가 됐다. 바니타스는 ‘삶의 덧 없음’을 의미하며, 네덜란드 화가들은 바니타스 화풍을 만들었다.

 

독일 태생의 네덜란드 화가 페테르 클라스(Pieter Claesz)의 '바니타스 정물화(Vanitas Still Life)'는 앞서 설명한 상징성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밀한 묘사와 사실적인 질감표현으로 그림의 상징성과 함께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다.

 

▲ 페테르 클라스(Pieter Claesz)의 '바니타스 정물화(Still Life with a Skull and a Writing Quill)', 1628.     ©뉴스다임

 

그림의 엎질러진 물컵, 두개골이 갈라진 해골, 심지에 불이 꺼져가는 기름 램프는 모두 삶의 유한함을 나타낸다. 화가는 갈색과 회색 톤의 차분한 색채로 불안정한 정물의 배치를 안정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정물은 돌 선반 위에 있기 때문에 그림의 공간과 관람자를 같은 공간에 위치시킨다. 그 결과 화가는 바니타스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관람자에게 전달한다.

 

이와 같이 죽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의 삶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이것은 끝이 존재하는 인생에 관한 것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와 같이 죽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라는 현대적인 교훈도 있다.

 

죽음은 각자의 삶마다 다양한 메시지를 보낸다. 2020년 5월의 ‘메멘토 모리’는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외면할 수 없다.

 

2~30대 청년들은 전염병보다 이태원 클럽 등에서 청춘을 즐기며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가벼운 생각은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죽음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젊은 날의 쾌락은 죽음이 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망각하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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