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함께 안고 살아가는 문제

미국시민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다

김민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6/23 [00:48]

우리 모두 함께 안고 살아가는 문제

미국시민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다

김민주 기자 | 입력 : 2020/06/23 [00:48]

만약 당신의 아버지, 혹은 가족 누군가 경찰에 의해서 사망한다면 남겨진 가족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유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지 못한 것에 절망하며 가족이 사망한 그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미국 흑인의 삶에 관한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남성이 지난 5월 25일 경찰관에 의해 사망했다. 그의 직업은 나이트클럽 보안 담당자며 전과 9범으로 연방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의 아버지인 미국 시민이다. 그의 이름은 조지 플로이드다.

 

5월 25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날, 그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위조지폐 20달러가 사용됐다고 신고 된 편의점 근처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차에 앉아 있었던 것과 흑인이라는 점이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무슨 말을 했는지, 경찰이 그를 어떻게 다뤘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죄도 없고 병이 들지 않은 사람을 흑인이란 이유 하나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반인륜적 형태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하겠지만, 나 또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이유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불행히도 미국에서 흑인의 죽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우뚝 일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우리가 바로 그 증거이다’라는 건국의 원칙의 참뜻에 맞게 살아갈 것이라는 꿈입니다”라고 말한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도 암살당했다.

 

그날은 1968년 4월 4일이고, 그가 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39살이었던 그를 암살한 사람은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자인 제임스 얼 레이다. 과거 킹 목사의 죽음과 현재 플로이드의 죽음을 볼 때 미국의 인종차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경제력 1위의 국가일지언정 인권에 있어선 제자리걸음이다. 미국의 인권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는 1865년 미국남북전쟁이 끝난 뒤 150년에 걸친 긴 역사다. 여기서 분리정책의 시작은 1896년부터 시작됐다. 1896년 미국 사법부는 ‘분리시설이 평등하기만 하면 흑인학생과 백인학생을 분리해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학생을 인종으로 분리하면서 평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스스로 이 판결문을 뒤집기 위해서 힘썼고, 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새로운 시민 권리법이 의회를 통과하는 등 인권 운동사에 큰 성과로 남겼다. 

 

▲ 노먼 록웰, 우리 모두 함께 안고 살아가는 문제(The Problem We All Live With), 1964.     ©김민주 기자

 

미국 중상층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한 화가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1894-1978)의 <우리 모두 함께 안고 살아가는 문제(The Problem We All Live With, 1964)>는 당시의 화두였던 인종분리정책을 보여준다.

 

이 그림은 1960년 11월 14일의 일을 나타내며, 작품의 주인공은 뉴올리언스의 백인 공립학교인 윌리엄 프랜츠 초등학교를 최초로 등교하는 6세 흑인소녀 루비 브리지스이다. 그림의 중심에 위치한 흰색원피스를 입고 있는 루비는 필기구와 노트를 들고 학교를 가고 있다.

 

소녀는 4명의 미국 보안관의 호위를 받고 있으며, 특이한 점은 보안관들의 모습은 어깨에서 잘려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관람자 위치에는 흑인소녀의 첫 등교에 화가 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진행 중이고 수 백명의 시 경찰들이 있다.

 

보안관들이 소녀를 호위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항의시위와 미국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인 KKK단의 협박으로 루비의 신변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담벼락은 깜둥이(Nigger)라는 인종차별 문구와 소녀를 향해 던진 토마토로 물들어 있다.

 

루비의 1학년 담임 선생님인 바바라 헨리는 “하교할 때보다 등교할 때가 더 두려웠다”라고 회고했다. 매일 아침 루비는 본인의 등교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고함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용감한 소녀는 이런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루비는 ‘저 사람들이 저렇게 나쁜 말을 하면서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하느님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실 수 있죠?’라고 기도했다. 루비의 용감한 행동 덕분인지 기도의 응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2학년부터는 루비를 겁주는 시위가 멈췄다. 그리고 마침내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는 인종통합정책이 완전히 실현된 뉴올리언즈의 첫 번째 학교가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20년 6월, 미국의 인종차별시위는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종으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만큼 모순적인 일도 없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점에서 피해자는 흑인들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가. 이유도 없이 서로에게 악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다. 나는 이토록 잔혹한 폭력이 용인된다는 것에 분노한다.

 

어쩌면 미국 경찰들의 과잉진압이 가능했던 것은 백인들이 폭력으로 그들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 사건은 비단 백인과 흑인의 사건이 아니다.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사건이다. 자신도 모르게 인종차별에 가담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며 그랬다면 더 이상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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