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로봇의 출현이 주는 의미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1/07 [21:37]

감정 로봇의 출현이 주는 의미

정의정 기자 | 입력 : 2020/11/07 [21:37]

2013'Her'라는 영화는 감성 인식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테오도르라는 한 남자가 깊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사만다는 남자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그에게 항상 만족감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감정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강아지 형태의 반려로봇 아이보’, 세계 최초의 치료용 로봇으로 공인받은 물범 형태의 로봇 파로가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퓨 리서치 센터는 2025년이면 섹스파트너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감성 로봇은 인간의 삶에 유용한 측면이 있다. 한 예로, 양로원 노인들은 로봇이 목욕을 시켜줄 때 수치심을 덜 느낀다고 말한다. 치매환자나 자폐환자에게 반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시행하는 치료 과정도 로봇이 더 적합하다. 로봇은 피로도, 불평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로봇과의 교감이 가능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로봇이 진짜 감정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로봇은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단지 사람을 모방해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표현 전략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것을 보고 사람이 로봇이 감정을 지녔다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또한 상호 감정을 교감하는 인간 사이의 소통과 달리 감성 로봇은 항상 주인이 행복감을 느끼도록 한 방향으로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등 서로 대조적인 감정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감정의 가치를 발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존하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로봇에 더욱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기계와의 소통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되고, 실제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고 피곤하게 여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감성 로봇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로봇을 진짜로 감정적인 상대로 여길지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도구를 사용하게 될 때 로봇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우리의 관계와 감정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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