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9월,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모여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플라자 합의는 달러 강세로 무역 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일본을 압박해 달러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1985년말 5% 수준이던 일본은행의 정책금리는 4번의 인하 과정을 거쳐 1987년 2월 2.5%까지 낮아졌다. 그리고 2.5%의 저금리는 1989년 5월까지 무려 2년 이상 지속되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198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3.5조엔 규모의 재정을 풀었다.
그러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 일본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
1985년말 13,000엔 수준이던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1989년말 39,000엔 수준으로 약 3배 가량 급등했다. 또한 전국의 지가지수는 1984년 100포인트에서 1990년 160포인트로 급등했으며, 특히 동경과 오사카 등 이른바 6대 도시의 지가지수는 무려 30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었다. 당시 일본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배율(PER, Price Earning Ratio)은 70배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기업들이 이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0년간 모아야 현재의 주가수준이 된다는 의미다.
도한 도쿄지역 아파트의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도 1990년 18.1배를 기록했다. 이는 18년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도쿄 도심 3개구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 토지를 살 수 있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러나 지나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사회갈등을 유발했고, 결국 여론에 떠밀려 일본 정부는 부동산 대출을 제한하는 ‘부동산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또한 일본은행도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주장하며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본은행은 1989년 5월말 정책금리를 2.5%에서 3.25%로 0.7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후 4번의 추가 인상을 거쳐 1990년 8월 6.0%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자 이러한 유동성 축소에 부동산시장보다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1989년말 39,000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은 주가는 1990년 23,000으로 40%나 하락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도 하락으로 전환하며 상업용 부동산은 고점 대비 83% 정도 빠졌고, 주거용 부동산 또한 50% 이상 빠졌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한꺼번에 급락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가 수년 동안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도쿄 아파트의 PIR도 1990년대 중반 약 8.9배로 낮아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PIR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2021년말 현재 20.1이다. 일본 버블이 한창이던 때와 비교해보더라도 더 높은 수준이다.
일반인들이 버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면, 그것을 정상적인 상황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앞 다투어 인상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0.5%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5차례에 걸쳐 1.75%까지 인상했다.
오늘 6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었다. 전년동월대비 6.0%로 24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7월 13일에 있을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어쩌면 정책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수도 있다. 이른바 ‘빅스텝’이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어쩌면 역사는 반복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다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다임 View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