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다산과 번영을 상징하면서도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전래 동화인 <별주부전>을 보더라도 자라에 속아 용왕에게 간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토끼는 기지를 발휘해 사지에서 빠져나온다. 실제로 토끼의 아이큐(IQ)는 50 정도로 거북이(20)보다 높다고 한다.
이런 토끼의 지혜에 빗대어 자주 언급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이는 “영리한 토끼는 굴 세 개를 파놓는다”라는 말로, 굴 세 개 중 하나가 위험해지면 다른 굴로 도망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중국 전국시대 사군자 중 한 명인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과 그의 식객이었던 풍훤(馮驩)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맹상군이 풍훤에게 자신이 다스리는 땅에 가서 자신에게 빚을 진 사람들의 이자를 받아오라고 시켰는데, 풍훤은 오히려 가난해서 이자를 낼 수 없는 자들의 차용 증서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이 일로 인해 비록 이자를 돌려받을 수는 없었지만, 훗날 맹상군을 중용했던 제나라의 왕이 죽고 맹상군이 권력을 잃었을 때 맹상군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던 백성들은 재기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 또한 이 일로 맹상군의 신임을 얻은 풍훤은 두 개의 계책을 더 발휘해 맹상군이 수십 년간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며 어떤 화도 입지 않게 했다.
2023년 장기 불황의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등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욱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보다 긴 안목으로 자신만의 굴을 파는 토끼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토끼 굴을 파다 보면 어쩌면 그 토끼 굴이 자신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 굴을 거쳐 인간들이 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교토삼굴의 지혜로 위험에서 벗어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2023년이 되길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다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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