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와라"... 그 숨은 의미는?

일본어의 겉뜻과 속뜻, 어떻게 다를까<1>

김은모(도호쿠대학 일본어학 전공·문학박사) | 기사입력 2016/08/04 [10:57]

"놀러 와라"... 그 숨은 의미는?

일본어의 겉뜻과 속뜻, 어떻게 다를까<1>

김은모(도호쿠대학 일본어학 전공·문학박사) | 입력 : 2016/08/04 [10:57]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말을 하는 사람의 진심을 알기는 쉽지 않다. 언어는 문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인데 특히나 일본어의 경우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현재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은모 박사가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일본어에 담긴 겉뜻과 속뜻에 대해 다룬 글을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주>

 

 

말을 할 때 문법적으로 나타내는 의미(겉뜻)와 진심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속뜻)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한국어에서는 ‘빈말’, ‘인사치레’, ‘겉치레 말’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인 일본어 선생님에게 일본인들은 놀러 와라(びにてください아소비니 기테 구다사이)”는 말을 그냥 인사치레로 한다는 말을 들었다. , 그냥 인사치레이기 때문에 정말로 놀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일본 유학을 가게 됐는데 어느 모임에서 한 일본인 친구를 만나게 됐고, 그 친구에게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말을 했다. 내 말은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니었지만 그 친구가 놀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놀러 와라"는 말을 인사치레로 쓴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정말 놀러 왔다. 그 친구에게 "네가 안 올 줄 알았는데 와 주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을 했고, 그 후 10년이 넘게 지금까지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놀러 와라는 말이 항상 인사치레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고, 그 말이 진심일 때도 있고 그냥 인사치레일 때도 있으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서로 느낌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어느 일본인은 정말로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상대방에게는 인사치레로라도 다음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본에는 인사치레로 놀러 와라는 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냥 헤어지기에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아직 그렇게 친해지지는 않은 상태에서 놀러 와라는 말로라도 약간은 부족한 서로의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더 발전된 만남을 위한 예비단계 같은 거라고나 할까. 정말 마음이 없으면 하지 않는 말이기에이것은 한국인들의 다음에 밥 한번 먹자는 말과 비슷하기도 하다. 말이라는 것이 겉으로 나타내는 문법적인 의미보다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지 그 느낌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 예를 들면 일본에 유학을 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느 일본인 친구와 대화를 하다 한국이 이야기의 화제가 됐고, 그 일본인 친구는 나랑 꼭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내가 한국 갈 때 꼭 그 친구랑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한국을 어떻게 소개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필자가 한국에 대해 말하니 그 화제에 그냥 맞장구를 쳐 주기 위해 같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한 것뿐이었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들은 지식이 없었기에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표현 역시 말하는 사람의 심적 태도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나는 한국이라는 화제에 단지 호감을 나타내며 그냥 맞장구를 쳐 주는 말이고, 또 하나는 정말로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을 알 때까지 "~고 싶다"라는 표현은 100% 말하는 사람의 희망을 나타낸다고 생각했었다.

 

이것은 어느 제품의 '자외선 차단'이라는 문구를 볼 때 흔히 100% 자외선 차단이라고 믿어 버리는 것과 같은 예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희망 표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일본인들은 그 정도의 차이를 비언어적인 행위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것을 모르는 어느 한국인이 대화 가운데 나오는 어느 장소에 대해 일본인이 가고 싶다는 말을 하자 자기가 안내해 주겠다며 수첩을 꺼내 날짜를 잡으려고 했다. 속으로 그냥 맞장구를 치는 말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일본인은 말을 얼버무리며 당황해 했다.

 

한국어에는 가고 싶다는 말이 대화 속에 나오는 장소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용법이 없으니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화에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구분해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말 가고 싶은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놀러 와라는 말 또한 정말 놀러 오기를 희망하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날짜를 잡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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