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세상 들여다보기] 리우 올림픽 휩쓴 '양궁' 대한민국 멘토로!

최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16/08/18 [18:02]

[최현정의 세상 들여다보기] 리우 올림픽 휩쓴 '양궁' 대한민국 멘토로!

최현정 기자 | 입력 : 2016/08/18 [18:02]

한국 양궁, 올림픽 8회 연속 단체전 석권...리우에선 개인전도 휩쓸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세계 일류가 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경쟁자들 틈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해당 분야의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절대강자의 위치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설이 길었는데 올림픽 8회 연속 단체전 석권에 이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개인전 전 종목까지 모두 휩쓴 한국 양궁 얘기다

 

역사가 오래된 전통 국궁과는 발사 메커니즘은 같지만 활의 재질이나 모양, 화살을 잡고 쏘는 방식 등이 전혀 다른서양식 활쏘기'인 양궁이 한국에 전해진 것은 196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수백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 양궁은 불과 20년만인 1980년대에 크게 두각을 나타내며 올림픽에서만 장장 32년 동안 세계양궁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경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기록적인 측면 이외에도 한국은 외래종목인 양궁을 완전히한국화하는데 성공했는데 장비의 국산화 및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물론 한국스타일의 선수코칭방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깊숙히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8개국 10명의 지도자가 한국인이고 한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선수가 70%나 된다고 하니 이쯤되면 한국 양궁은 종주국이 아님에도 마치 국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역사는 짧지만 어느 나라보다 철저하게 양궁을 분석하고 연구해 우리 것으로 체화시킨 한국 양궁은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승승장구하는 한국 양궁은 전세계 양궁계의 노골적인 견제와 질시의 대상인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신들이 그동안 한국 양궁에 접근해온 방식은 참으로 원시적이기 그지없다.

 

한국인들이 김치를 만들면서 손의 감각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든가 평소 잡기 힘든 미끄러운 쇠젓가락 사용이 활쏘기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한국 양궁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이고 하나같이 본질을 외면한 겉핥기식 추측에 불과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됐는데 남자 단체전 석권 후 기자회견장에서 한 미국 기자가 한국 선수에게 "이 따른 것이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진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 경쟁력 비결은 '깨끗함'과 '공정성'

 

한국 양궁은 외신들이 대충 짐작하는 것과는 달리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철저한 승리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먼저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들 수 있다.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든지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해 거기에 안주해 있으면 곧바로 도태되기 마련이다.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성과를 거둔 선수라도 양궁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에서만큼은 일반선수와 마찬가지로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단계별 경쟁을 모두 거쳐야 한다. 전관예우같은 것은 없다.

 

한 예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활시위를 당기던 중 천둥소리에 순간 놀라 그만 실수로 0점을 쏴 결국 탈락한 금메달리스트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양궁은 또 사교육이 없는 대신 협회에서 선수가 쓰는 일체의 장비와 경기 참가비를 지원하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비용 걱정 없이 오로지 실력 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투자하고 있다.

 

또한 선수 선발과정에서 선수 자신의 실력이 아닌 지연, 학연 등의 로비가 개입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공정하고 투명한 매뉴얼 지침에 따른다.

 

양궁에서만큼은 유리 천장이나 출신 성분으로 인한 흙수저의 비애 등의 외적 요인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공정한 심사와 실력으로만 승부가 나기에 탈락해도 순수히 승복하고 불만의 잡음이 없다.

 

양궁은 강인한 체력만큼이나 멘탈 부분도 중요한데, 한국 양궁을 이끌어가는 지도층은 멘탈 훈련에 있어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도 지도자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선수와 같이 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의 압박감과 수세에 몰렸을 때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한번은 번지점프의 방법이 채택됐는데 "도저히 할 수 없다"며 포기하려는 선수를 설득하기 위해 감독 자신이 9번이나 점프대에서 뛰어내려 결국 선수가 도전에 성공하게끔 만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렇듯 한국 양궁이 거둬들인 반짝이는 금메달의 달콤함은 쓰디쓴 인내와 수고와 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 준수 그리고 희생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궁에서 건져올린 1등의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양궁이 세계최정상에 서게 된 비결을 배우는 것이다.

 

한국 양궁의 성공은 공명정대함이야말로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의 힘'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세계무대에서 오랫동안 승리자의 위치를 지키고 싶다면 어느 한 개인의 역량에 기대기보다 깨끗하고 정직한 시스템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고 구성원들 모두가 그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평소 아무 관심도 받지 못 하지만 나서야 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 변함없이 꾸준히 제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반드시 제 몫을 해내고야 마는 뚝심의 한국 양궁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로 비틀거리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에 해법을 제시하는 멘토임에 틀림없다.

 

어느 분야에서든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양궁이 주는 교훈 곧, 기득권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공정하게 일을 집행하며 이끄는 자와 따르는 자가 하나되어야 함을 배워야 한다. 

 

부디 앞으로도 양궁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되는 이런 공식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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