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차 조율할 '지혜의 눈'이 절실한 때다

최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16/10/10 [14:38]

시각차 조율할 '지혜의 눈'이 절실한 때다

최현정 기자 | 입력 : 2016/10/10 [14:38]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처한 상황이나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 곧, 혜안(慧眼)을 갖지 못한 개인이나 민족은 곧바로 뼈아픈 실책을 하게 돼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당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기에 올바른 분별의 '눈'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그 책임의 댓가는 매우 혹독하다. 이는 과거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있다.

 

임진왜란을 예언했던 눈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 전,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됐다 돌아온 황윤길과 김성일은 적국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인물 됨됨이와 왜의 동향에 대해 극적으로 상반된 보고를 조정에 올리게 된다.

 

황윤길은 도요토미의 인물됨이 예사롭지 않음을 간파하고 정황상 왜적의 침입이 반드시 일어날 것임과 이에 대비해야한다고 고했지만, 김성일은 엉뚱하게도 도요토미의 외모를 들추며 그 눈이 쥐와 같아 마땅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된다는 사적인 견해와 함께 전란의 기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신의 접점을 찾기 힘든 극단적인 시각차를 두고 조선은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김성일의 눈을 믿고 그의 말을 따르게 된다. 그 선택은 결국 안일한 대비로 이어져 전란발발 20일 만에 한양을 내주고 임금인 선조가 의주까지 떠밀려 피신하는 굴욕스런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장장 7년을 끈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유는 적에 대해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음에도 안다고 여겼던 자만과 온 나라가 초토화되는 참혹한 전란을 겪어 보지 않은 상태로 약 200년간 태평성대를 누린 가운데 위기불감증의 안일한 타성에 젖어 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위기상황을 정확히 지적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데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살 길을 알려주는 지혜의 눈은 있게 마련인데 문제는 '지혜의 눈'이 내린 현명한 판단은 쉽게 무시를 당한 반면, 모두를 불행으로 이끌 어두운 눈이 제시한 어리석은 판단은 쉽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양자의 시각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조정에서 전란의 와중임에도 김성일을 불러들여 처벌하려는 책임 떠넘기기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정확한 상황 파악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갈팡질팡하며 부적절한 대응을 남발했던 조정의 흐릿한 '눈'은 이래저래 백성들만 고달프게 만들었다

 

병자호란을 축발시킨 눈

 

임진왜란의 참상을 겪고 나서도 어둡침침한 눈의 상태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나라와 백성에 득이 될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올바로 이끌어야 함에도 무섭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명분과 의리만을 붙들고 또 한 번 안주를 시도하던 흐릿한 '눈'.

 

이번엔 시세판단에 비교적 정확한 눈을 가지고서 지는 해 명나라와 뜨는 해 청나라 사이에서 국운을 걱정하며 실리외교를 펼쳤던 광해군을 축출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오랑캐로 여겨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던 청국의 왕(청태종) 앞에서 조선의 임금 인조는 39고두(三拜九叩頭) , 호령에 맞춰 무릎을 꿇고 한 번 절할 때마다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리는 행동을 3차례씩 3회를 반복해야 하는 치욕을 당하고야 말았다.

 

역사적 인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눈

 

지난달 검찰은 한 보수 단체의 시 공모전에 응모해 입선했다가 고소당한 대학생 장모(24)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학생은 크게 3가지 곧, 업무방해·사기·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었는데 사연인즉 이러했다.

 

그 단체가 주관한 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우남찬가'(우남은 이승만의 호)란 시로 응모를 해 장 씨가 입선한 것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우남찬가에 숨겨진 행간의 숨은 의미가 나중에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다.

 

시의 가로줄의 내용은 분명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도력을 지닌 국부이자 훌륭한 지도자로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각 행 첫 글자만 뽑아 세로로 읽게 되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 되어 한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와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에 이에 발끈한 주최측에서 모종의 보복조치를 가한 것이다.  

 

주최측의 의도는 분명 이승만의 업적을 기리고 그를 추모하자는 의도였을 것인데 한 대학생에 의해 제출된 시가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비록 주최측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을 응모자가 제시했더라도 그 대학생이 던진 예리한 시각에 대한 대응으로 무려 3가지 죄목을 걸고 민형사 고소까지 한 것은 지나치게 과한 면이 없지 않다. 이는 그 단체가 갖고 있는 역사에 대한 시각이 과연 건전한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역사적인 인물의 행적은 이미 역사에 기록된 사실로서 부인하지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 대신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취하려 들고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면 이는 편협하고 맹목적인 추종에 불과하다.

 

한 인물에 대한 양단간의 엇갈린 시각을 합리적으로 절충할만한 아량과 포용력의 부재는 최근 불거진 건국절 논란과 맞물려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게 한다.

 

··일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의 핵위협의 도전까지 받고 있는 현재의 국가적 위기국면을 혹자는 구한말의 혼란한 정치 상황에 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난국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게 해 줄 혜안(慧眼), 그리고 그 혜안을 제대로 분별해낼 줄 아는 또 다른 '지혜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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