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핵소고지' 는 국기에 대한 맹세나 군복무 자체를 반대하는 반전을 주제로 하지 않는다. 특정 종파의 신앙을 대변하는 것으로만도 여겨지지는 않는다.
어린시절 몸싸움을 하다 동생을 잃을 뻔한 아찔한 사건을 겪으며 주인공의 머리 속에 강렬히 아로새겨진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가르침. 그리고 전쟁 참전후 폐인처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가치관이 녹아져 있는 한 개인의 실화다.
주인공 도스가 다친 사람을 구해 병원에 오면서 인연이 된 간호사에게 청혼을 한 상황임에도 피하지않고 택한 전쟁이었다. 나라와 가족을 지키려 자원하는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한 그는 다만 총을 쥐지 않고 의무병으로 헌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사격훈련을 거부해 조롱과 구타를 당하며 군대를 나가길 요구받는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자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힐 운명에 처한다.
영화 시작부터 거대한 바위언덕을 배경으로 어린 형제가 뛰놀고 연인과 사랑을 약속하는 장면은 앞으로 그에게 펼쳐질 인생과 전쟁의 포화를 이겨낼 굳건한 믿음의 반석과 같은 장치다.
"하나님 제가 어떻게 할까요?" 질문하던 그는 '의무병'을 부르는 부상자의 신음소리를 듣고 달려간다. 한 명 또 한 명을 구해 밧줄로 묶어 언덕 밑으로 내려 보내며 "주여,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세요"라며 부르짖는다. 그의 투혼은 적군 2명을 포함한 75명의 부상자를 구했다는 놀라운 타전으로 보고된다.
희망이 없어 보이고 결과가 뻔할 때, 또는 어떤 선택도 불완전해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스는 분명 '살인하지말라'는 계명을 자신의 생명으로 여겼기에 총을 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기에 포화 속에서도 자신의 할 일을 정확히 알아내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남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요 자신을 지키는 분명한 이유로 작용했다.
핵소고지의 기적은 한순간의 초자연적 계시에 의지해서 가능해진 일이 아니라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 속에 꽃 피우고 열매 맺은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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