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트레이너 '이정석'

"운동하기 싫은 마음, 너무 잘 알아요"

박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3/03 [04:31]

[인터뷰]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트레이너 '이정석'

"운동하기 싫은 마음, 너무 잘 알아요"

박은영 기자 | 입력 : 2018/03/03 [04:31]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 없듯, 운동도 좋아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을 내고 힘을 내고 돈까지 지불해가면서까지 운동을 하지만, 막상 하려면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부터 들기 마련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지만 자신도 하기 싫은 마음은 마찬가지이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고 지도한다는 트레이너 이정석(35) 씨를 만나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 필라테스와 PT를 병행한 운동센터 '피네테스' 강사들과 함께 (가운데 이정석 씨)     © 사진제공: 피네테스

 

 

-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필라테스와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병행한 운동센터인 ‘피네테스’를 서울 경기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동생리학을 전공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VIP PT팀장을 맡고 있으며, 그 외 필라테스 관련 아카데미 사업과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전기근육자극요법) 장비 사업도 겸하고 있다.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레이너들과는 달리 몸이 다소 호리호리해 보인다.

 

▶ 보디빌더 중에 PT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PT와 보디빌딩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보디빌딩은 근육을 키우고 지방을 걷어내 육체미를 드러내는 운동으로 트레이닝의 한 범주에 속한다. PT는 일대일로 사람들에게 맞는 운동처방을 해 주는 것으로 보디빌딩에 부족한 유연성이나 심폐지구력 등 전반적인 부분을 다 아우르기 때문에 총체적인 지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 PT를 하는데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나?

 

▶ PT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통이다. 트레이너에게 가장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게 트레이닝 받는 분들과의 소통이다. 그분들과 상담을 하면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트레이닝 해야겠다는 계획이 서는데, 실제로 운동을 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분들이고 괴롭고 힘든 것도 그분들이기 때문에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하면서 운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게 내 일이다. 결국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키는 것이고 잔소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분들을 설득하는 건 더 어렵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분들일수록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트레이너의 말을 100% 믿고 따라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 하다가 “이 정도만 하지”하고 운동의 강도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운동을 하지만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분들은 결국 운동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게 트레이너 입장에서 힘든 부분이지, 사실상 기술적인 부분은 어렵지 않다.

 

- 운동은 힘들고 괴로운데, 꼭 해야만 하나?

 

▶ 학생에게 공부를 꼭 해야 하냐고 물으면 어떤 학생의 경우엔 공부를 꼭 안 해도 되지 않겠나. 운동의 경우도 누구냐에 따라, 어떤 운동이냐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한 장수마을에선 그곳 노인들의 장수비결을 연구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을 안 써야 오래 산다고 한다. 자동차도 많이 탈수록 부품이 많이 소모되는 것처럼 몸도 안 움직이는 게 오래 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논문이란 건 통계에 의한 것이고 통계란 건 오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적이라 할 수 없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이 오히려 안 좋은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몇몇 특수한 경우를 빼고, 운동을 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운동을 꼭 해야 하냐고 묻는 건 운동을 하기 싫으니 물어보는 것이다. 자기가 운동을 하는 게 좋을지 안 하는 게 좋을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몸으로 하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운동효과는 같지 않나?

 

▶ 운동은 휴식과 영양이 전제됐을 때 의미가 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경우엔 휴식과 영양이 안 좋은 분들이 많다.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고 저녁에는 술을 드시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로 바로 또 일을 하러 가는데, 그런 패턴이면 몸이 금방 상한다.

 

또 노동과 운동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다. 만약 벽돌을 옮긴다고 하면 벽돌을 빠르게 목적지까지 옮기는 게 노동의 목적이지, 이 벽돌의 무게를 통해 내 근육에 자극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다. 또 사람이 힘이 들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벽돌을 짊어질 때 다리나 허리가 아프니까 근육에 실어야 할 체중과 벽돌의 무게를 관절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 요령이 생기면 관절에 금방 무리가 간다.

 

▲ 이정석 씨가 운영하는 필라테스와 PT를 병행한 운동센터 '피네테스' 내부     © 사진제공: 피네테스

 

-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얼마나 하나?

 

▶ 요즘은 일주일에 4~5회 배드민턴을 치고, 근력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한다.

 

-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치고는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지 않은 것 같다.

 

▶ GX(그룹 운동)나 스피닝, 에어로빅 같은 경우는 강사가 같이 그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겠지만 PT 강사는 말하는 직업이다. 또 내가 PT를 하지만 PT 받으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나도 운동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얼마나 운동하기 싫은지 잘 안다. 운동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한편으로는, 내가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내가 싫어하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싫어하는지도 안다. 보디빌딩 트레이너들은 트레이닝 받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하면 몸이 좋아지는데 왜 못하지?’, ‘왜 먹는 거 하나를 못 참지?’라고 하는데 나는 이해한다. ‘나도 운동하기 싫은데 저분들은 얼마나 싫을까’ 하고 공감이 된다. 나에게 트레이닝 받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서 나에게 인간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면 롤모델처럼 “저도 하니깐 이렇게 하세요!”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그런 강사는 아니다. 운동도 삶의 질을 위해 하는 건데 운동 때문에 너무 괴롭고 스트레스 받는다면 강요할 수 없다.

 

-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 운동에는 자기만의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아무리 자극을 주고 충격요법을 주더라도 자기가 안 하면 그만이다. 자기만의 모멘텀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설득하고 최대한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렇게 하다가 운동에 관심이 생기면 그분이 먼저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그때까지 기다려준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는 그때 전달해도 늦지 않다. 반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사가 계속 잔소리하고 이론을 늘어놓으면 운동에 대한 관심에서 더 멀어진다.

 

- 뉴스다임 독자들에게 운동에 관한 조언 한마디 한다면?

 

▶ 내가 가르치는 학부생들에게도 하는 말인데, 운동이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고민만 하지 말고 뭐가 됐든지 여러 운동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 특히 요즘 학생들 중에 선택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많다. ‘뭘 먹을까’부터 시작해서 뭘 하려고 하면 그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에 관해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보니 선택하기 어려워 앉아서 고민만 하다가 그냥 먹게 되고 자게 된다. 우선 무엇이든 시도를 해보는 게 좋으니 본인이 재미있어 할 만한 운동부터 하나하나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트레이너 이정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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