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즈히와 샤자한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4/12 [16:56]

만즈히와 샤자한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4/12 [16:56]

과거 중국의 북산이란 곳에 우공(愚公)’이라는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집 앞에는 큰 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 생활하는 데 무척 불편했다. 그래서 그는 산을 옮기기로 하고 흙과 돌을 삼태기에 담아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언제 산을 다 옮길 수 있겠느냐고 그를 비웃으며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우공은 내가 죽으면 내 자식이 하면 되고 그 후로는 손자가 이어서 하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은 더 이상 커지지 않으니 언젠가는 옮길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놀라고 감동한 산신이 산을 옮겨 주었다고 한다. 중국의 고전인 열자(列子)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다. 우공이산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로 잘 사용된다. 금방 일에 싫증을 내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인도에서 실제로 우공이산이 일어났다. 바로 인도 북부의 비하르주라는 곳에서 아내와 함께 평범하게 사는 다쉬라스 만즈히(Dashrath Manjhi, 1922~2007)’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내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던 만즈히는 어느 날 만삭인 아내가 길을 가다가 사고로 크게 다치는 일을 겪게 된다. 아내를 들쳐 업고 바로 병원으로 가야했지만 병원은 70km나 떨어져 있었다. 마을과 병원을 잇는 길이 커다란 바위산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산을 둘러가야만 했던 그의 아내는 도중에 사망하고 만다.

 

이에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 만즈히는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게 만들지 말자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마을을 가로막고 있던 커다란 바위산을 깎아 도로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며 삿대질을 해대며 조롱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만즈히는 혼자 힘으로 1960년부터 시작해 1982년까지 22년 동안 산을 깎았다. 그리고 결국 72km의 거리를 단 1km로 줄인 기적의 도로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이동거리가 단축됐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친 사람이었던 만즈히는 마을의 영웅이 되어 버렸다.

 

그의 사연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제목은 ‘Manjhi: The Mountain Man’이다. 그리고 인도 최고 훈장을 받기도 했다. 73세에 숨을 거두었을 때, 당시 인도 비하르주는 주정부 주관 장례식을 거행해 위대한 업적을 남긴 만즈히의 마지막 길을 칭송했다.

 

이렇게 한 남자의 산을 깎는 집념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세상을 바꾸었다.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아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도에는 아내를 위한 순애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타지마할 묘에 얽힌 사연이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자한(Shah Jahan, 1628~1657)이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장인과 공인 등 약 3만여명을 동원해 22년간 건립한 건물이다. 이 건물은 198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현재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관광 장소가 되었다.

 

만즈히가 개척한 기적의 길과 샤자한이 쌓아 올린 타지마할은 모두 아내 때문에 시작됐다는 것과 22년이라는 기간동안 건설되었다는 묘한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둘의 신분은 극과 극으로 달랐다. 만즈히는 최하층인 카스트 신분이었고 샤자한은 왕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누구의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할까?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역사는 위대한 사람만이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왕이나 용감한 장군들의 역사보다 이름 없이 살다간 보통사람들의 신화와 전설이 더 중요하다.

 

타지마할묘와 만자히의 길을 보면서 누가 진정한 영웅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장인 3만여 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샤자한보다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스스로 운명에 맞선 만즈히의 삶이 더욱 숭고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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