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코리아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4/26 [17:48]

플라스틱 코리아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4/26 [17:48]

2016년 중국 왕구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개봉됐다.

 

중국 산둥성 시골 마을에 사는 11세 소녀 이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떠 있는 구정물에 빗을 적셔 머리를 빗는다. 플라스틱을 태워 밥을 해 먹는가 하면, 더러운 구정물에서 주운 죽은 물고기를 먹기까지 한다.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자욱하며, 쓰레기 더미 밑으로는 침출수가 흐른다.

 

세계의 쓰레기 공장이 된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미국 조지아 대학 신소재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5년 동안 세계 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했다. 쓰레기 공장이라는 오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에 쓰레기 왕국의 오명을 벗고자 중국 정부가 나섰다. 우선 중국 정부는 2017년 '중국으로 들어올 수 없는 쓰레기, 가려서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 가리지 않고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를 분류해 발표했다.

 

이에 이전에는 가려서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 24종이 절대로 수입할 수 없는 쓰레기로 변경됐다. 더 나아가 20184월에는 고철, 폐자동차 부품 등 고체폐기물 16종을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세계는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졌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작용하면서 쓰레기 수입 관련 규정이 없거나 느슨한 동남아 국가들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몰려든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1~4월 쓰레기 수입량이 전년동기대비 3배나 늘었다.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하는 선진국은 미국(961,563)이고, 일본(891,719), 독일(733,756), 영국(548,256)이 뒤를 잇는다.

 

반대로 가장 많이 쓰레기를 수입한 국가는 말레이시아(913,165), 태국(471,724), 베트남(443,615) 순이다.

 

이제는 개도국도 반발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단속을 강화했다.

 

태국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며, 필리핀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출국 캐나다를 향해 유독성 폐기물 쓰레기를 되가져 가지 않으면 '쓰레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중국발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고, 올해 4월부터는 전국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경북 의성군에는 5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 재활용을 명분으로 들여다 놓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보관량(2,157t)34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173,000t)이다.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폐기물 관련 사업장에 쌓아둔 방치폐기물이 85t, 야산이나 창고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이 30가량에 달한다. 모두 소각하더라도 매해 100억원씩 들여 30년 정도 걸리는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쓰레기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그린피스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5%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정도로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플라스틱 차이나의 오명이 플라스틱 코리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 자신부터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회용컵(텀블러) 사용하기, 그릇 가져가서 음식 사오기, 과대포장을 하지 않는 제품 사기 등등 개인적인 작은 노력이 모아질 때 우리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이란 용어는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성형하기 알맞다는 뜻이다. 지금은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의 성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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