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리얼이다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5/10 [14:48]

감정은 리얼이다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5/10 [14:48]

 "가끔 슬프고, 무섭고,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느끼는 대로 그냥 놔두라는 거예요.”

 

유튜브의 한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이 광고 영상을 제작한 곳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버거킹(Burger King)이다.

  

버거킹이 이러한 영상을 제작한 것은 새로운 메뉴인 ‘리얼 밀(Real Meals)’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버거킹측은 “시종일관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고객들이 느낀 감정에 맞는 메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종의 ‘unhappy meal’인 셈이다.

  

‘리얼 밀’은 우울하거나 짜증나는 등 그 순간의 분위기를 살려내고자 햄버거, 감자튀김과 음료수가 5개 상자에 담긴 패키지 메뉴다.

 

우울할 때는 ‘블루 밀(blue meal)’, 짜증날 때는 ‘솔티 밀(salty meal)’, 신날 때는 ‘야스 밀 (yaaas meal)’, 병맛일 때는 ‘피스드 밀(Pissed meal)’, 엿 같을 때는 ‘DGAF 밀(Don’t Give a F---) meal’을 먹으면 된다.

  

실상 ‘인간은 항상 행복하지 않다’는 버거킹의 이러한 메시지는 맥도날드의 ‘해피 밀’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 전략이 꽤 괜찮아 보인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음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자 하는 젊은 층들에게 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감정을 억제하고 분출하지 못할 경우 하수도가 막혀 썩은 냄새가 진동하듯, 잇몸에 찌꺼기가 쌓여 악취가 풍기듯, 감정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터지고 무너지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 커닝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자는 정답을 앞에 둔 채 피실험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낸 뒤 ‘답을 보지 마세요’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가버린다. 물론 실험자는 특수유리를 통해 피실험자 모르게 그 행동을 관찰한다.

  

그 결과, 피실험자는 커닝을 하는 쪽과 정직하게 문제를 푸는 쪽으로 나누어졌다. 그런데 정직한 행동을 한 쪽의 84%는 손가락을 깨문다거나 엄지손가락을 빤다거나 또는 손을 흔드는 등의 버릇을 보인 데 반해, 커닝을 한 쪽에서는 단지 48%만이 이러한 행동을 나타냈다.

 

또 머리를 긁는다거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돌돌 말거나, 코를 비롯해 신체 각 부분의 냄새를 맡는 등의 버릇을 보인 것도 정직한 사람 쪽이 커닝을 한 쪽의 두 배 가까이나 되었다.

  

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가 억압되었을 때 버릇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억압된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될 때 그것이 폭력이나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심지로 감추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잘 포착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을 먼저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삐딱하게 앉아 있으면 “똑바로 앉아!” 하고 행동을 수정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면 아이는 더 격한 감정을 보일 수도 있고, 그 결과 아이와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분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real meal’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버거킹이 새롭게 선보인 'real meal'이 미국 시애틀,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뉴욕, 오스틴, 텍사스에서만 구입가능하다니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내 감정을 이렇게 자유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 나는 해피(happy)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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