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돌풍은 없으나 자랑스런 영화 '기생충'

정효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6/21 [11:25]

흥행돌풍은 없으나 자랑스런 영화 '기생충'

정효정 기자 | 입력 : 2019/06/21 [11:25]

지난 5월 21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은 함성과 박수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칸 국제 영화제 72년 만에 또 한국영화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상영 후 8분간의 기립 박수, '옥자'에 이어 칸 영화제 경쟁부문 두 번째 출품작, 봉준호 감독 역대 최고의 작품 등 영화에 대한 소식이 연일 메스컴을 달군다.

 

영화 '기생충'의 총제작비 150~160억으로 손익분기점은 370만 명이다. 620일 상영 22일차 흥행 성적은 865만 명이다. 손익분기점을 두 배로 넘기고도 남는다. 하지만 화려한 영화의 명성과 평을 본다면 살짝 아쉬운 성적이 아닌가 싶다.

 

관객 수가 영화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기생충은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으로 세상을 들썩였기에 관객 동원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안갈 수 가 없었다.

 

역대 영화 흥행순위를 보면 1위가 '명량', 2위가 '극한 직업', 3위가 '신과 함께-죄와 벌' 등이다. 기생충이 이들의 성적을 깨는 것은 무리해 보인다.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고 있지만 관객들은 최고로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기생충을 보고 나서 마냥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흥분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우선 기생충은 한국인이 암묵적 혹은 학습적으로 가져왔던 두 가지 틀을 벗어나 있다.

 

하나는 부자는 악하고 가난한 사람은 선하다는 틀, 또 하나는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틀이다.

 

현실이 이 두 가지 틀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은 이 두 가지 틀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대리 만족을 느껴왔다. 기생충에서는 부자인 동익(이선균 분)의 가족은 평범하고 악의가 없고 오히려 순진하다.

 

그와 반대로 가난한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은 기생충과 같다. 부자인 동익의 가족에게 모르게 잠식해 결국 행복과 생명을 앗아가는 악역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도록 장치해 놓았다. 우선 기택의 가족의 대화부터 마음이 편치않다. 사람을 속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고 가족이 한 통속이 되어 사람을 속이고 돈을 뜯어내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상식을 벗어난다.

 

보통의 부모는 자식들이 바르게 잘 자라는 것을 바라는 법인데 기택은 자식들이 문서를 위조하고 주인을 속이는 계획을 짜는 것을 보며 기특하게 여긴다. 르와르물의 영화처럼 어둡고 큰 범죄가 아닌 아주 사소하고 코믹스럽기까지 한 범죄 행위는 뭔가 불편하지만 가볍게 웃고 넘어가게 만든다.

 

이런 블랙 코미디적 요소는 충분히 의도된 것이겠으나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크던 작던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은 범죄다. 속 시원하게 권선징악의 결말이 났으면 좋으련만 기대와 다른 결말에 마지막까지 마음이 불편하다.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기생충 가족은 사건 이후 복구되는 뒷이야기가 나오지만 동익의 가족은 비극을 겪은 이후 복구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영화의 끝도 개운하지 않다.

 

영화를 보고나서 감독이 주는 메시지를 찾고자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칸의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대상을 주고 칸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감동은 어느 포인트에 있는 것인지.

 

다양한 영화를 접한 외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이해되고 정서적 틀을 가진 한국인 정서에는 안 맞았던 것일까. 영화의 철학이 난해하거나 지나친 예술성으로 보는데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영화의 몰입감도 훌륭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하나 구멍 없이 촘촘하다. 홍수가 나서 기택의 가족이 수재를 당할 때 는 마음이 뭉클하고 짠하다. 기택의 장남인 우식이 동익의 집에서 나오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동익의 집 주변은 배수 시설이 잘 되어 물이 배수구로 빠지는데 우식의 집으로 가는 계단은 물이 억수같이 밑으로만 흘러 내려 결국 반지하 집인 우식의 집은 물에 잠기게 된다

 

그 계단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는 것을 우식이 잠시 멈춰 보게 하므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빈부격차. 기택의 가족이 동익의 지하 비밀 방에서 생사를 건 전투를 하고 있을 때 지상 가든에서는 따뜻한 햇살에 동익 아들의 생일 준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기쁘고 즐거운 상황과 우울하고 괴로운 상황의 대립이 한 공간의 한 층의 차이로 나타나게 하므로 빈부격차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빈부격차가 사회의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그것을 영화를 매체로 고발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의도가 관철됐다.

 

하지만 빈부격차를 고발하는 데에서 그치면 영화는 다 아는 이야기를 또 다른 재미나고 기괴한 이야기로 한 번 더 얘기해보는데 그치고 만다. 필자에게 기생충은 그런 느낌이었다. 빈부격차를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과 사고로 새롭게 고발해보는 정도였다.

 

영화는 문제에 답을 주는 매체가 아니니 기대를 하지는 말아야 하겠지만 빈부격차에 대한 다른 방법의 전개나 결말이 있었다면 한국인의 정서에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1위의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은 1위가 아닌 점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보면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영화의 성과는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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