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뛰는 가슴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7/10 [10:38]

먹구름에 뛰는 가슴

정의정 기자 | 입력 : 2019/07/10 [10:38]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설레인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의 시()에 나오는 싯구다.

 

먹구름이 벌판 위로 밀려오면 내 가슴은 뛴다

인도 시인 미르자 갈리브(Mirza Ghalib)의 시()에 나오는 싯구다.

 

한 사람은 비가 그친 후에 피어오르는 무지개에 가슴이 설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에 가슴이 뛰었다.

 

왜 두 시인의 시상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이는 대체로 흐린 날이 많아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영국에서는 먹구름이 부정적인 인식으로 다가오지만, 날이 덥고 비가 귀한 인도에서는 시원한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이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두 문장에 양국의 문화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우기(6~10)에 연간 강수량의 약 80%가 집중된다.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몬순(Monso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기가 시작되기 전 혹서기(4~6)에는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가는 날이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무더위에 지친 삶 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우기의 시작과 함께 비가 내리면서 그 모든 혼란은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인도 사람들에게 비는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마치 참을 수 없는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희망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심지어 인도 시인 칼리다사(Kālidāsa)는 몬순을 가리켜 온 우주를 살찌게 하는 몬순, 인도를 기름지게 하는 생명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더구나 인도 인구의 7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농업이 20% 정도나 되는 경제 구조이다 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 서울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동안 마른 장마가 계속되면서 농민들은 마른 하늘보다 더 애가 타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오늘 먹구름이 더욱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시원한 비로 가뭄도 해갈되고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미움과 갈등도 모두 풀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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