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관심으로 '공정한 공수처' 만들어가야

정효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02 [19:48]

지속적인 관심으로 '공정한 공수처' 만들어가야

정효정 기자 | 입력 : 2020/01/02 [19:48]

올해 7월이 되면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범여권 정당 ‘4+1’협의체가 마련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제 공수처 출범을 위한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공수처 법안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 회의장을 퇴장하고 국회의원 176명 중 159명 찬성, 반대 14,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투표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듯 공수처 법안이 통과는 됐으나 아직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과 범죄 사실을 타 기관에서 인지했을 때 공수처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당분간 세부사항 조율에 따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내부 범죄에 관한 수사·기소와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패범죄를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엄정하게 처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다.

 

즉 독립적 수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조직된 특검이 맡았던 역할을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으로, 특검제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형 비리를 조사하는 전문 기관을 설치해 권력형 비리를 막아보자는 데 반대가 있을 수 있나 싶지만 공수처 설치 논란은 역사가 깊다.

 

공수처 논란은 1990년대 후반부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권력형 부패범죄 처벌을 위해 부패방지법입법을 청원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20016월에 부패방지법이 제정됐으나 공수처에 관한 내용은 제외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수처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신설을 공약하고 취임 후 20046월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형태로 공수처를 신설하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2010년 참여연대가 다시 공수처 신설을 입법 청원했지만 실패했고 2012년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공수처 신설과 함께 검찰 개혁 등을 공약했지만, 대선에 패배해 실현되지 못했다.

 

20167월 검찰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뇌물수수죄로 구속 수감되는 사건이 터진다. 이를 계기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할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고, 공수처 설립에 관한 법안이 몇 차례나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수처 신설을 공약하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공약이 이루어졌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18~22일 실시한 조사를 보면,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63.2%, 반대가 29.3%로 찬성 여론이 두 배 이상 더 높았다. 찬성한 사람 중에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중도보수층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권력 비리로 인한 국민들의 끈질긴 청원의 결과를 두고 아직도 이견은 많다. 한국당은 여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좌파 정권의 모략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당파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65년 검찰 기소독점주의 체제를 끝내고 새롭고 다양한 권력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국민들이 명령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세계 반부패운동을 주도하는 비정부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 순위(2016년 기준)에서 176개 조사 대상국 중 5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9위다. 경제대국, 스포츠 대국, 한류열풍 등의 신화를 써나간 한국의 부끄러운 일면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도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현저하게 낮게 나타난다. 신뢰도와 청렴도 부분에서 4점 만점에 3점 이상을 기록한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조직인 의료 기관조차 각각 2.5%2.4%를 기록했을 뿐이다.

 

심지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신뢰도와 청렴도에서 각각 1.7%1.6%를 기록해 최하위이며 중앙정부부처(2.0%, 1.9%), 검찰(2.0%, 1.9%), 법원(2.1%, 2.0%), 경찰(2.2%, 2.1%) 등 국민의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와 청렴도는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적 결과는 지난 수십 년간 층층이 쌓아온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의 산물이다. 특히 적폐를 발본색원해야 할 검찰이 정치권력과 유착하거나, 스스로 악의 축이 되는 모습은 공직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가시스템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국민의 대다수는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고 요구한 것이다국민의 다수가 간절히 원한다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는 입법을 추진해야하는 것이 소통이고 정의다.

 

공수처가 새로운 권력기관의 탄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실행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으나 한번 할 때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논의해 가면 완성도 높은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지 않을까.

 

공수처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무려 23년간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새로운 권력에 대한 두려움에 아예 만들지도 않겠다고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하나씩 함께 논의함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선진적인 정치문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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