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왜곡과 활용

정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21:22]

기억의 왜곡과 활용

정의정 기자 | 입력 : 2020/01/17 [21:22]

어머니는 둥그스름하고 앙증맞은 작은 케이크, 세로로 홈이 파인 조개 껍데기 모양의 예쁜 마들렌을 주셨다. 기력이 빠진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고 차에 적신 마들렌을 조금 맛보다가 케이크 부스러기가 섞인 따뜻한 차가 입천장에 닿자마자 나는 이내 몸서리쳤다. 갑자기 그 맛이 기억났다. 그 맛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에 먹은 작은 마들렌 조각의 맛과 비슷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마들렌을 맛본 후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처럼 특정한 향에 자극을 받아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프루스트에서 따온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과거의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그 기억이 항상 정확할까? 과연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많은 연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관적, 선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왜곡에 대해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86128일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코넬대학교의 울릭 나이서 교수는 한 실험을 했다. 그는 학생 106명에게 전날 누구와 어디에서 챌린저호 폭발 소식을 접했는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러고 나서 뭘 했는지 상세히 적게 했다.

 

26개월 후 그 학생들을 다시 불러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놀랍게도 학생들의 25%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TV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고 진술했던 학생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라디오로 소식을 들었다고 말하는 등 잘못된 기억을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이다.

 

나머지 응답자의 기억도 세부 사항이 대부분 엉터리였다. 게다가 교수가 학생들에게 2년 반 전에 쓴 종이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그 메모가 잘못되었고 지금 자기의 기억이 맞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이처럼 인간은 기억을 쉽게 왜곡하는 존재다. 이는 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의 뇌에서 기억의 인출 과정에서 결합되는 시냅스들이 기억의 저장 과정에서 결합된 시냅스들과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왜곡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교의 다니엘 카너먼 교수는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란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경험자아(experiencing self)는 현재의 상태를 느끼는 자아로서 지금 어때요?”에 대답하는 자아라면, 기억자아(remembering self)그때 어땠어요?”에 대답하는 자아로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자아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자아는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항상 기억자아가 모든 의사를 결정한다. 이를 두고 카너먼 교수는 실제 경험이 지나가면 기억하는 자아의 독재가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상황에 대한 주관적 이해에 불과한 것이며, 과거는 기억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는 대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에 힘들게 느꼈던 과제라도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기꺼이 어려운 과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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