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뭇가지 형상과 유기적인 선을 통해 소통하는 '황서하 작가'

박원빈 기자 | 기사입력 2020/06/16 [23:30]

[인터뷰]나뭇가지 형상과 유기적인 선을 통해 소통하는 '황서하 작가'

박원빈 기자 | 입력 : 2020/06/16 [23:30]

▲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서하 작가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과 생성의 연속인 삶에서 황서하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각자의 내면적 직관을 마주해 창조적 진화로 접근하는 삶에 대한 태도와 진실한 선택을 이야기한다. 몽환적이며 강렬한 색채와 신경세포에서 차용한 생명력의 상징인 나뭇가지 형상과 유기적인 선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황서하 작가를 만났다. <편집자주>

 

- 본인 소개를 해달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어떤 날은 초록색이 좋아서 스케치북을 온통 초록색으로 박박 칠하던 생각이 난다. 좋아하는 걸 잘했고, 그래서 계속 좋아했지만 사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지금은 사연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이 어려운 현실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처음엔 도예를 전공했고 순수미술이 좋아 다시 서양화 전공 후 대학원에서도 회화를 전공했다. 대학원 시절에는 뭐 그렇게 생각이 많았는지 10년을 다녔는데 어떤 해에는 방황하다 못해 자화상만 그리기도 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자연스럽게 나의 삶이 작품의 주제를 던져주었고 지금에 와서는 더욱 탄탄해졌다. 찾아 나설 때는 진실이 보이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니 나의 것 자체가 되었다. 모든 면에서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한다.

 

- 작품의 콘셉트는 어떤 것인가?

 

 

우리의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이라는 것과 영원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삶 안에서 현재 속에 통합되는 과거와 잠재된 순수 기억들을 통해 무수히 많은 창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우리의 성장은 의식의 진화에 가까우며 각자의 내면적 직관을 진심과 정성을 다해 마주할 때 창조적 진화와 선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을 탐구하고 그를 통해 인정할만한 선택을 하고 의식적으로 행복해지자는 이야기이다.

 

- 자신만의 철학을 어떻게 그림에 담아내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나?

 

▲ LIFE 2020 oil on canvas 130.3x388     

 

몇 가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담는다. 작품에서 시그니처로 등장하는 유기적인 선들은 삶 전체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떼어낼 수 없는 운동성을 가진 연결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기 자신을 지각하게 되는 유전, 배경, 경험, 기억을 포함한 주체적인 단 한 사람 안에서의 연결고리이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유, 바로 타인과 동일한 조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선들은 또 다른 유기적인 선들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때로는 얽히고 평행을 이루기도 하며 통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잎사귀 하나 없이 가지들만 무성한 나무들은 사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한겨울의 그런 나무들이 봄이 되어 싹을 틔울 때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운 것은 바로 겨울의 혹독함을 잘 견뎌왔기 때문일 것이다. 연결되어 확장되고 있는 신경세포에서 차용된 이 가지들은 강한 생명력과 성장의 상징이다. 

 

▲ 삶의 지속 2018 oil on canvas 116.8X91     

 

몽환적인 배경은 예측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끊임없이 갱신되고 개편되는, 수명이 짧은 것이 긴 것을 추월하고 접근이 소유를 추월하는 당면한 환경에서 사물, 기호, 그리고 조건들의 안정성은 규칙이 아닌, 예외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택적 사고 역시 그 어떤 것에 부합해 규정할 필요가 없다. 

 

잔잔한 물결에서 삼킬 것 같은 거친 파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며 그 움직임의 폭이 큰 바다, 그러면서 산과도 같은 형상은 마음의 표상이다. 때때로 우리의 마음이 함부로 움직일 때는 마치 불가항력인것 같지만 또다시 잔잔해지고 조용히 피어오를 때 비로소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지닌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적 진실성을 가지고 한 단계의 변화 즉 자신 안에서의 정신적 진화를 준비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삶에서 개별적 인식과 의식적 진화를 상징하는 유기적인 선과 신경세포에서 차용된 나뭇가지형상이다.

 

-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프랭크 스텔라. 그의 작품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그보다 그의 작가적 태도 때문이다. 스텔라는 이전에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배하던 더이상 축소할 수 없는 회화의 공통분모로 간주되어 온, 소위 ‘평면성’이라는 규범에서 탈피해 부조회화들에서 실제 공간으로 돌출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변화를 행하며 내적 필연성에 의한 작가적 태도로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프랭크 스텔라의 극단적인 작품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의 작업량이 면죄부를 동반할 것이며 자기 자신의 명성과 작품세계에 도전한 진정한 아방가르드라 생각한다. 

 

- 화가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요즘은 후배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 나는 끼인 세대의 입장에서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차이가 꽤 크다는 걸 실감한다. 자신의 작업에 얼마만큼 진솔하고 충실한가의 문제는 개인 차이에 가깝고 활동방식에서는 후배들이 오히려 온라인을 활용해 비용절감은 물론 더 잘 소통하는 것 같다. 

 

경제적인 문제의 해결은 어떤 분야에서든 장담할 길은 없으나 예술이 돈을 바라고 뛰어들 분야는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작품도 좋고 열심히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작품 컬렉션에 대한 인식, 문화 사업, 정책 등이 빠르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0.1%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보고 환상을 갖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위험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들에게 컨트롤해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자화상(혼돈 속의 나) 2009 acrylic on canvas 53x45     

 

좋은 작품을 위해 구상 중인 것들을 실험하고 더 노력할 것이다. 이보다 더 필요한 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남송미술관 초대전이 한 시기의 작업들을 정리했다면 다음 개인전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 시간 이후의 신작으로만 선보일 예정이다. 그때 스스로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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