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팝 시장의 정점 BTS, 그 빛과 그림자<2>

박현서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03/15 [17:05]

세계 팝 시장의 정점 BTS, 그 빛과 그림자<2>

박현서 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3/15 [17:05]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지명도가 높은 팝 가수를 꼽으라면 누가 뭐라 해도 BTS다. 세계 대중문화의 변방인 아시아권에서 인종차별과 언어장벽을 넘어서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한 BTS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K-POP의 미래도 다소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BTS의 성장 과정을 알아보면서 BTS의 성장 속에 숨겨진 K-POP의 빛과 그림자도 같이 살펴보자.

 

 

 

 

직접 작사, 작곡을 하면서 음악의 진정성을 보여준  BTS(방탄소년단) 사진:  BTS 페이스북  © 뉴스다임

 

한국 보이 밴드 즉 아이돌 그룹의 시초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서태지 본인이 음악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고, 선보인 음악이 이후 쏟아져 나온 아이돌과는 차이가 컸고 활동 방식이나 풍기는 이미지 등에서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어 한국 아이돌 그룹의 시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6년 ‘H.O.T’의 데뷔 이래 한국 대중음악을 해외에서는 ‘K-POP’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을 모집하고 일정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시장에 나왔고 대중은 그들을 아이돌 그룹이라 부른다.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대표 방시혁이 3대 K-POP 기획사 중 하나인 ‘JYP’에서 독립해 나온 뒤 차린 회사다.

 

방시혁 대표는 걸그룹으로는 ‘글렘’을 2012년 론칭, 보이그룹인 BTS는 2013년 6월 데뷔시켰다. 자본과 인맥에서 기존의 3대 기획사(SM, JYP, YG)와 비교가 되지 않는 상태에다 1년 먼저 론칭한 글렘의 흥행 실패로 BTS는 데뷔부터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3대 기획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형급 이상 기획사 아이돌은 론칭과 동시에 지상파 3사의 음악 방송, 예능, 라디오에 출연하며 대중으로부터 인지도를 높인다.

 

예를 들어 현재 전 세계 유튜브 퀸으로 불리며 유튜브 구독자 순에서 뮤지션으로는 ‘저스틴 비버’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블랙핑크’의 2017년 일본 데뷔 쇼케이스는 일본의 아이돌들도 한 번만이라도 공연해보는 것이 꿈이라는 아레나급 콘서트홀인 14,000석 규모의 ‘부도칸’이었다.

 

반면에 BTS는 데뷔 무대부터가 기존 가수가 갑자기 출연하지 못하게 되어 부랴부랴 나간 대타 자리였다.라디오 출연을 하려면 방시혁 대표가 직접 찾아가 사정사정해야 이루어졌다.

 

태생이 흙수저인 BTS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그룹의 정체성이었다. 힙합 아이돌 그룹을 표방했던 BTS는 아이돌이 힙합을 한다는 이유로 같은 정체성의 선배 글렘이 데뷔 초부터 침몰했던 것 같이 합합계와 아이돌계 양쪽에서 거센 반발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힙합 초대석 1주년 기념 공개 방송에서 ‘비프리’라는 언더힙 가수가 자기 딴에는 힙합계 선배랍시고 BTS의 리더, RM과 슈가의 면전에서 대놓고 조롱과 멸시를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비프리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SNS상에서 ‘남자가 화장을 하면 여장이지 분장이냐?’라며 당시에는 얼마 있지도 않은 ‘아미’(BTS의 팬클럽)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 BTS를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데뷔할 때 매체들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 역시 비프리의 악담과 내용과 수위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BTS의 리더 RM의 목표가 당시 최고 인기 그룹인 빅뱅이라고 말하자, 그 말에 달린 댓글들의 조롱 수위는 아미가 아닌 일반인도 읽기 힘들 지경이었다.

 

2010년대 초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의 홍수 속에서 방시혁 대표는 차별성을 높이고자 글렘과 BTS를 힙합 아이돌 그룹이라는 컨셉으로 기획했으나 이 시도는 아이돌계와 힙합계, 양 진영의 공격을 받아 글렘은 데뷔 초 난파했고 BTS의 정규 1집도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방시혁이 내놓은 두 번째 카드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었다. 칼럼의 첫머리에서 BTS를 서구 주류 문화권에서는 보이 밴드라는 범주에 넣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을 기성세대는 일반 뮤지션보다 낮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는 아이돌을 멸시하는 기성세대에 대항해 그들의 음악 수준을 높이는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뉴키즈온더블록이나 원디렉션이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지 못하고 타인이 만든 곡을 그저 ‘앵무새처럼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경멸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편견은 떠오르는 K-POP 아이돌 그룹을 공격하기에도 좋은 명분이 되었다.

 

방시혁이 BTS에게 주문한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란 BTS가 발표할 음악의 작사, 작곡에 BTS 스스로가 직접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BTS 멤버 전원은 제작되고 있는 앨범에 그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포함했다.

 

K-POP 아이돌을 ‘공장형’ 아이돌이라 조롱하는 서구 언론들도 BTS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또한 BTS를 아시아의 원디렉션이라 멸시하며 코웃음 치는 일부 매체들에게 ‘BTS는 비틀즈와 비견될 수 있다’고 하는 다른 매체들의 반박에 훌륭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지금에 와서야 아시아의 원디렉션이라는 뜻이 조롱으로 비추어지지, 2017년 당시에는 들리기에 따라서 엄청난 칭찬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BTS를 제외한 어느 아시아권 뮤지션이 원디렉션과 비교 가능할까.

 

BTS가 직접 작사, 작곡에 관여했다는 말은 그들의 노래에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았다는 것을 뜻한다.BTS,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총알처럼 젊은이들을 덮치는 고정관념과 비판, 무거운 압박과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BTS는 그룹 이름처럼 학교에서의 왕따와 폭력, 입시와 취직, 경쟁, 세대 간의 갈등에서 고통을 겪는 젊은이들을 노래했다. 그들은 자신을 다리가 짧은 뱁새에 비유하며 다리가 긴 황새와 초원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재의 불공정을 노래했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은 꿈을 갖고 노력해야 해’가 아닌 ‘꿈은 없어도 좋아'라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계급화 되어 가는 사회, 계급 고착화와 세습, 불공정한 경쟁, 제로 성장 시대의 불안과 초조함은 한국뿐만이 아닌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여기에 채찍질을 하면서 ‘경쟁에 뒤처지면 안돼’가 아니라 ‘힘들어도 괜찮아’ ‘지금 그대로의 너의 모습이 좋아'라고 하는 그들의 메시지는 신자유주의하의 경쟁 사회에서 신음하는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켰다.

 

같은 말, 같은 뜻이라고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가 받아들이는 공감의 크기는 다르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데뷔 무대도 다른 가수가 갑자기 출연을 펑크 내 엉겁결에 하게 되었고, 그 흔한 라디오 방송도 소속사 대표가 방송국에 찾아가 사정사정해야 했으며, 데뷔하자마자 아이돌 팬과 힙합 팬, 양 진영에서 온갖 멸시와 조롱을 받았던 BTS.

 

그런 흙수저 BTS였기에 그들이 세상에 던진 따뜻한 메시지는 사회적 약자들, 소외 계층들에게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서서히 아미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렇게 힘들게 결성되는 팬덤에는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와 팝의 본고장 미국 등 해외 아미들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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